[일상 풍경 바꾸는 메르스] "콜록!" 기침 한 번에도 불안한 국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3차 감염 발생으로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서울 도시철도공사 방화차량기지 직원들이 4일 오후 전동차 손잡이 등에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다음주 치러지는 기말시험 준비를 위해 4일 도서관을 찾은 대학생 정 모(23) 씨는 생각지도 못한 곤욕을 치렀다. 가벼운 감기 증세가 있어 이따금씩 기침을 했는데, 기침 소리가 날 때마다 주위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정 씨에게로 쏠렸다. 눈치를 주던 옆 좌석 학생은 주섬주섬 책을 챙기더니 멀찍이 자리를 옮겼다. 뒤통수가 따가워진 정 씨는 결국 1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도서관을 나서야 했다.
외부 접촉 끊고 '자발적 격리'
환자 병원 꺼리고 문병도 '뚝'
경찰, 무작위 음주 단속 중단
정 씨는 "메르스 때문에 다들 신경이 곤두서 있다는 건 알지만, 기침 몇번 했을 뿐인데 이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할 줄 몰랐다"며 혀를 찼다.
하루가 멀게 메르스 의심환자가 급증하면서 시민들의 '메르스 포비아(공포증)'도 증폭되고 있다. 부산은 아직 '메르스 청정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부 발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탓에 일부 시민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확산세가 잠잠해질 때까지 스스로 '자가 격리'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이같은 분위기 탓에 영화관, 목욕탕, 쇼핑몰 등 다중이용업소들은 행여나 직격탄을 맞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병원은 메르스 피해가 점점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괜히 병원에 갔다가 오히려 더 큰 병 나는 거 아니냐'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일부 환자들이 병원 치료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지역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서울이나 경기처럼 내원 환자 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지는 않았지만, 만성 질환이 있는 고령층이나 면역력이 약한 소아기 환자들을 중심으로 예약을 미루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고, 병문안객 수도 줄어든 모습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병원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메르스 확산의 주요 통로로 알려지면서, 막연한 공포감에 아예 병원 자체를 기피하는 '호스피탈 포비아'로 확대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직장인들도 회식이나 모임을 미루고 있다. 박 모(42) 씨는 "회식 자리에서는 여러 명이 술잔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찜찜한 마음이 들어 동문 단합 모임을 다음달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해수욕장 개장과 함께 '여름 특수'를 기대했던 호텔과 인근 상인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광안리 민락회센터의 한 횟집 업주는 "가뜩이나 고래 회충 사태로 매출이 급감했는데, 메르스까지 덮쳐 정말 울고 싶은 마음이다"고 말했다
기장군 등 일부 지자체들도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메르스 감염을 차단하겠다며, 계획했던 행사를 전면 취소하고 나섰다.
음주단속 현장에서도 경찰관과 운전자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침으로 전염되는 메르스의 특성 때문에 음주 측정을 거부하거나, '음주 측정 감지기를 소독해달라, 바꿔 달라'는 운전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부랴부랴 변경된 음주 운전 단속 지침을 일선 경찰서에 전달했다. 경찰은 음주운전 징후가 있는 운전자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음주 측정을 하고, 음주 측정기를 매번 소독하기로 했다. 단속에 나서는 경찰관도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해 타액에 의한 감염을 예방할 방침이다.
박태우·민소영 기자 wideneye@bus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