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격차 '신맹모삼천지교'] 부산 학력 불균형
입력 : 2017-02-05 23:05:53 수정 : 2017-02-07 11:12:30
같은 區 내에서도 마을 간 하위권 편차 최대 47%P(금정구, 수학 과목)
"지난해 11월께 부산 북구 만덕동에서 화명동으로 이사했습니다. 중학교 진학할 아들 때문이었죠. 만덕동 일대 중학교 학업성취도 수준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사를 결심했습니다. 처음엔 동래구 쪽을 알아봤는데, 집값을 감당할 형편이 안 돼 그나마 북구에서 성적이 좋은 화명동으로 선회했죠. 아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엔 동래구 이사를 다시 한번 고려할 생각입니다."
학부모 A 씨의 선택은 유별난 게 아니다. 초등학교 4~5학년생이나 중학생을 둔 학부모의 현실적인 고민이다. 부산에서 권역별 마을별 학력 격차가 고착화 가속화되고 있어서다. 더 심각한 건 그런 학력 격차가 갈수록 벌어진다는 점이다. 마을 곳곳의 학령인구 공동화도 진행 중이다.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숫자 감소뿐만 아니라 학력 격차 후폭풍으로 아이들이 마을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 강화를 통한 학력 격차 해소 없이는 마을 균형 발전도 멀다는 지적이다.
서부산·원도심에 하위권 학교 몰려
동부산권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
구·군 내 학력 격차도 두드러져
금정구·해운대구·북구·사하구
학교 간 수학 편차 30%P 웃돌아
학력 격차, 마을 균형발전과 직결
하위권 학교 지역 '공동화' 진행
■벌어지는 마을 간 학력 격차

부산일보사와 사회복지연대가 부산 중학교 학업성취도와 부산 16개 구·군의 만 7~14세 학령인구 자료를 연계 분석한 결과, 동부산권과 서부산·원도심권의 하위권 학교 숫자가 대조를 이뤘다. 동부산권 학교는 해운대구·기장군·남구·수영구·금정구·연제구·동래구 내 73개교로, 서부산·원도심권 학교는 나머지 9개 구 89개교로 분류했다.
동부산권은 하위권 학교가 해마다 주는 추세지만 서부산·원도심권은 반대였다. 특히 수학 과목에서 그 같은 추세가 뚜렷했다. 하위권 학교는 연도별로 2013년 78개교, 2014년 73개교, 2015년 81개교, 2016년 79개교였다.
하위권 학교는 기초학력·기초학력 미달(100점 만점에 50점 미만)이 부산 전체 중학교 평균치보다 많은 학교를 뜻한다. 이 중 동부산권 학교 비중은 같은 기간 31%에서 29%, 27%, 27%로 매년 감소했다.
16개 구·군 내 학력 격차도 두드러졌다. 이는 국어·수학·영어 3개 과목 모두 공통된 흐름이었다. 편차가 심한 구는 금정·해운대·북·사하구였다. 이들 4개 구는 수학 과목에서 학교 간 편차가 30%포인트를 웃돌았다. 2016년 수학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면 금정구 10개 중학교는 하위권 비율이 9~56%로 무려 47%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해운대구 45%포인트, 북구 36%포인트, 사하구 32%포인트의 편차를 보였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간사는 "다른 14개 구·군도 편차가 많았다"면서 "저소득층이 밀집된 마을에 소재한 학교의 하위권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2015년 학업성취도와 16개 구·군별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자료를 비교한 결과, 하위권 비율이 높은 학교는 대체로 저소득층 비율이 높은 마을이었다.
영어와 수학은 하위 20% 학교(32개교) 중 22개교가, 국어는 21개교가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마을에 위치했다. 영어 하위권 비율이 42.40%였던 해운대구 반송동 반송중, 수학 하위권 비율이 42%였던 북구 덕천동 덕천여중, 국어 하위권 비율이 22%였던 사상구 모라동 모라중이 대표적이다. 이들 마을은 저소득층 비율이 12~14%대로 2015년 부산 평균치(5%)를 배 이상 웃돌았다.
■학령인구 재편하는 학력 격차
"3년 전 영도구의 한 복지관에서 주민 욕구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영도구를 떠난 주민을 대상으로 이사 이유를 묻는 항목에서 1위가 자녀 교육 문제라고 답했다. 씁쓸한 교육 현실이다."
부산학부모연대 이정은 대표 얘기다.
하위권 학교가 속한 마을의 학령인구가 큰 폭으로 줄고 있다. 학력 격차가 학령인구를 재편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동부산권보다 서부산·원도심권 유출 학생이 훨씬 많았다.
16개 구·군 학령인구 변화는 그 같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2002~2006년 서부산·원도심권 초등학교 총 입학자는 11만 2104명이었으나 이들이 중학교를 졸업하던 2011~2015년엔 1만 3634명이 다른 마을로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별로는 사상구가 5021명이, 북구는 3092명, 사하구 2803명, 중구 1502명, 부산진구는 1045명이 빠졌다. 이들 지자체는 4년 새 하위권 학교가 증가한 곳이다.
동부산권은 같은 기간 총 4039명이 증가했다. 동래구가 3279명, 남구가 1976명, 해운대구가 1687명 늘었다. 연제구와 수영구는 각각 2122명과 2191명이 줄어 눈길을 끌었다. 경제 수준이 비슷한 동래구나 남구, 해운대구로 옮겼거나 그 당시 두 개 구에서 진행된 개발사업으로 이주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법인 우리마을 김일범 팀장은 "학령인구 자연 감소보다 학력 격차에 따른 마을 간 인구 이동이 더 심각한 게 현실"이라며 "미래 동력인 청소년이 떠난 마을은 희망이 없다"고 우려했다.
특별취재팀 edu@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