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너마저… 무인숍에 점령당한 ‘부산 관광 1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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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안다은 기자 iknow@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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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 인기 광안리해수욕장
인형·캡슐뽑기 가게 우후죽순
서면 등 다른 상권도 비슷해
“부산 멋 대신 상술 점령” 우려

부산의 대표 관광지인 수영구 광안리 해변 상권에 대형 오락실과 뽑기방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22일 오후 광안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뽑기방을 이용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의 대표 관광지인 수영구 광안리 해변 상권에 대형 오락실과 뽑기방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22일 오후 광안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뽑기방을 이용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주요 관광지의 대표 거리가 오락실과 가챠(캡슐 장난감 뽑기)숍에 점령 당하고 있다. 높은 임대료 탓에 운영비 부담이 적은 무인 형태의 가게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이들 가게가 ‘부산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주요 관광지에 확산되자 상권 획일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오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부산일보〉 취재진이 남천해변공원부터 민락해변공원까지 약 1.4km에 걸친 해안가 1층 상가를 조사한 결과, 가챠·인형뽑기 전문점과 오락실은 모두 21곳이었다. 이 구역에서 영업 중인 1층 상가 200여 곳 중 약 10%에 달하는 수치다. 해변을 따라 약 67m마다 한 곳씩 있는 셈으로, 카페(17곳) 숫자보다도 많았다.

일본에서 건너온 ‘가챠’ 가게는 한 번에 3000~8000원을 내고 캐릭터 상품이나 학용품 등 제품이 담긴 캡슐을 무작위로 뽑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최근 서울·부산 등 전국적인 번화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오락실이나 인형뽑기방 등에서도 가챠 기계를 들여 놓고 영업이 한창이다.

관광객들은 부쩍 늘어난 오락실과 가챠 가게 등이 부산의 개성을 드러내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이다. 미국인 타일러 콜크(29) 씨는 “10년 만에 광안리를 다시 방문했는데 예전에는 전통적인 상점이나 식당이 더 많았다”며 “오락실도 재미있지만 지금은 너무 많다. 현지인과 교류하기보다는 관광객이 돈을 쓰도록 만든 곳처럼 느껴져 아쉽다”고 말했다.

무인 가게 확산 현상은 부산의 다른 주요 번화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진구 서면2번가 옛 태화백화점 일대 약 200m 구간에서는 오락실·인형뽑기방 22곳과 가챠 전문점 18곳이, 해운대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구남로 약 500m 구간에서도 대형 오락실 8곳이 영업 중이다.

부산의 주요 번화가에 오락실과 인형 뽑기, 가챠 가게 등 무인 가게가 성행하는 가장 큰 이유로 높은 임대료가 지목된다. 현재 광안리 해안가 상권 중 가장 임대료가 비싼 상점 대부분은 대형 오락실이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광안리 해안가에서 월세가 5000만 원 안팎에 달하는 최상위 상가는 4곳 정도다. 이 가운데 3곳이 가챠·인형뽑기 기계 등을 운영하는 대형 오락실이었다.

무인 가게 형태의 업소는 음식점이나 카페 등에 비해 운영비 부담이 현저히 낮다. 주요 관광지 번화가는 임대료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무인 가게는 메인 거리 입성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이다. 최근 들어 인건비와 재료비 등이 오르면서 무인 가게가 더욱 성업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심 거리에 자리 잡지 못한 소규모 상가들은 주변 골목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광안리 해변의 경우 도시철도 2호선 금련산역과 광안역 사이 골목에는 소규모 식당과 카페, 개성 있는 상점들이 자리 잡으며 상권이 확장되고 있다. 관광객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해변 전면에는 자본력을 갖춘 대형 점포가 집중되고, 상대적으로 작은 가게들은 뒤편 골목에 자리 잡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특정 유행 업종이 핵심 상권을 독식하면 장기적으로 관광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우려한다. 동아대 윤갑식 도시공학과 교수는 “임대료가 높은 번화가에는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유행 업종이 집중되면서 상권이 획일화된다”며 “생태계처럼 상권도 다양성이 사라지면 건강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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