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년 전 호숫가 공룡, 입암리에 꼬리 끈 흔적 남겼다
학술연구 발표…국내 유일 꼬리 끌림 흔적
앞발 작고 얕아…“부력 받으며 수중 보행”
시, 천연기념물 지정·정식 지질명소 추진
입암리 화석산지 사이트 C의 공룡 사족보행렬(드론 촬영). 약 8.2m에 걸쳐 발자국이 이어진다. 울산시 제공
울산 울주군 범서읍 입암리 화석산지 일대 전경. 태화강 선바위 인근으로, 공룡발자국이 확인된 사이트 A·B·C가 강을 따라 이어진다. 울산시 제공
울산 울주군 범서읍 입암리 태화강변 공룡 보행렬을 따라 난 홈이 꼬리가 바닥에 끌린 자국이라는 학술연구 결과가 처음 나왔다. 연구진은 약 1억 년 전 이 공룡이 몸 일부를 물에 담근 채 걸으며 남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 남아 있는 유일한 공룡 꼬리 끌림 흔적이다. 울산시는 이 화석산지를 울산국가지질공원의 정식 지질명소로 편입하고, 천연기념물 지정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울산시는 3일 한국전통문화대 산학협력단(책임연구원 공달용 교수)에 의뢰한 ‘울주군 입암리 화석산지 가치규명 학술연구’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눈길을 끈 곳은 ‘사이트 C’다. 약 8.2m 길이의 공룡 사족보행렬을 따라 곡선형 홈(최대 깊이 약 1.3cm)이 이어진다. 2012년 조사 때도 선 모양 구조가 일부 보였지만, 강돌과 퇴적물에 덮여 정체를 가릴 수 없었다. 2023년 하천 정비사업 도중 주변에서 발자국이 추가로 드러나자, 현장을 다시 찾은 공 교수가 보행렬 전체를 확인하고 꼬리일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정식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 교수는 “이 흔적을 꼬리로 본 발표나 논문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홈이 발이나 발톱이 끌린 자국과 다르다고 봤다. 발이 끌리면 발자국만큼 넓은 흔적이, 헤엄칠 때 발톱에 긁히면 여러 줄의 자국이 남는다. 하지만 입암리 것은 얕고 가는 곡선이며, 왼발과 오른발 사이를 지나 일부는 발자국 안쪽까지 이어진다. 3D 스캔에서 이런 특징이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발자국의 크기와 깊이도 독특하다. 뒷발자국은 평균 길이 39.8cm, 너비 27cm인 반면 앞발자국은 평균 너비가 8.8cm에 불과하다. 깊이도 뒷발은 평균 4.4cm, 앞발은 0.8cm로 차이가 컸다.
3차원 스캐닝으로 기록한 사이트 C 보행렬. 발자국 사이를 따라 꼬리 끌림으로 추정되는 홈이 이어진다. 울산시 제공
입암리 화석산지 퇴적면에 나타난 불규칙한 다각형 균열. 울산시 제공
조명을 비춰 촬영한 사이트 C 보행렬. 큰 뒷발자국 옆에 작고 얕은 앞발자국이 찍혀 있다. 울산시 제공
사이트 C의 공룡발자국과 꼬리 끌림 추정 흔적. 울산시 제공
연구진은 공룡이 몸 일부가 잠기는 물속을 걸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상반신이 부력을 받아 앞발이 바닥을 가볍게 짚었고, 꼬리 자국도 이런 수중 이동 과정에서 남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퇴적층에 남은 물결자국과 빗방울 자국 등으로 볼 때, 당시 이곳은 우기에는 물에 잠기고 건기에는 드러나던 호수 가장자리였다. 다리를 절 때처럼 걸음 간격이 길었다 짧았다를 되풀이한 모습은 보이지 않아, 부상 가능성은 낮게 봤다. 발자국의 주인은 디플로도쿠스처럼 목과 꼬리가 긴 초식공룡인 용각류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국제 학술지 논문으로 검증받을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2011년 충북 영동에서 육식공룡(수각류)의 꼬리 흔적이 처음 보고됐지만, 이후 사면 붕괴로 사라졌다. 공 교수는 “고성만 해도 한 곳에 발자국이 수천 개인데, 꼬리 흔적은 전 세계 9개국 50여 건에 불과하다”며 “꼬리를 왜 끌었는지 따지는 역학 연구와 당시 환경을 해석하는 연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화석산지에서는 최소 7개 층에서 공룡발자국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화석층을 밟지 않도록 관람시설과 안전 동선을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퇴적물에 덮인 구간은 전문가 입회 아래 조사해 추가 화석을 찾으라고 권고했다. 선바위에서 국수천 습곡, 천전리·대곡리, 반구천 암각화로 이어지는 지질 탐방길(지오트레일) 구축 방안도 내놨다.
울산시 관계자는 “정식 지질명소 편입과 천연기념물 지정을 차근차근 추진해 시민과 학생들이 백악기 울산을 직접 만나는 배움의 장으로 가꾸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