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선거 전날 호르무즈 요충지 타격… 걸프국 긴장
2일 게슘 섬 공격해 이란 압박
호르무즈서 유조선 화재 속출
협상 교착 속 트럼프 확전 부인
걸프, 이란 보복 가능성 속 경계
3일(현지 시간)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해협의 선박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호르무즈해협의 전략적 요충지를 공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양국 간 협상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걸프 국가들은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재개될 경우 역내 주요 기반 시설을 겨냥한 보복 공격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 시간)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에 있는 이란의 전략적 요충지 게슘 섬을 공격했다고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국자들은 이번 공습이 이란의 상선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방어적 성격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도 이날 게슘 섬 인근에서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다만 미군의 중동 군사작전을 관할하는 중부사령부(CENTCOM)는 공습 여부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으며, 이란 당국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게슘 섬은 대규모 지하 미사일 기지와 해군 기지, 주요 해수 담수화 시설 등을 갖춘 이란의 핵심 군사 거점이다. 석유·가스 관련 인프라도 밀집해 있어 호르무즈해협을 통제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은 이날 호르무즈해협 동부에서 항로를 이탈해 운항하던 유조선이 기뢰와 충돌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도 해협 인근에서 선박 한 척이 미확인 발사체에 피격돼 우현에 구멍이 뚫렸다고 보고했다. 선원들은 모두 무사히 구조됐지만 UKMTO는 인근 해역을 항해하는 선박들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공격받은 선박은 35척으로 전쟁 발발 이후 월간 기준 가장 많았다.
이처럼 해상 충돌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카타르가 중재하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도 뚜렷한 진전을 보일지 미지수다. 이란이 동결자산 해제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이 이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이란 핵 문제에서 명확한 진전이 확인되기 전까지 봉쇄 조치를 해제하는 데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3일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재개할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으로부터 선거 이후 이란 공격 재개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아니다”고 답했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무엇인가를 할 것이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걸프 국가들은 양국의 무력 충돌이 본격화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공습이 이란의 보복을 촉발하고, 이란과 친이란계 무장 조직들이 걸프 지역의 경제·민간 기반 시설을 공격하는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에너지 시설을 비롯한 핵심 인프라가 공격 대상이 될 경우 피해가 역내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WSJ은 걸프 국가들이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재개될 경우 이란의 공격이 지난 3월 전쟁이 절정에 달했을 때보다 더욱 파괴적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아랍 국가는 자국 기반 시설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발생하면 개별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