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고읍성은 판축으로 쌓은 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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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문물연구원 조사… 통일신라 말~고려 초 '초축 시기'도 확인

기장고읍성에서 나온 기와 편. '동래(東萊)'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부경문물연구원 제공

부산 기장군 기장읍 교리에 있는 기장고읍성이 판축(板築)으로 쌓은 토성(土城)으로 확인됐다. 또 통일신라 말~고려 초 무렵 처음 성을 쌓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기장고읍성은 신라 시대 무렵 조성된 성으로 막연히 추측됐다.

조선 시대 인문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기장고읍성은 기장 읍성(지금 치소)의 동북 5리에 있으며 토축으로 둘레는 3천208척이다'(古邑城在今治東北五里 土築周三千二百八尺)라고 기록돼 있을 뿐 초축 연대에 관한 기록은 정확히 남아 있지 않다.

부경문물연구원은 지난 7월 지표조사에 이어 지난달 21일부터 실시한 기장고읍성 동쪽 성벽부분 일부를 표본조사한 결과, 기장고읍성이 판축으로 쌓은 토성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2일 밝혔다. 현재 성은 성벽 잔존 흔적이 900m가량 남아 있는데 표본조사 지역은 이 구간 일부다. 성내에는 현재 기장향교가 있으며, 일부 구간엔 고층아파트와 주택이 들어서 있다.

조사에서 기장고읍성은 흙을 이용해 쌓은 토성으로 밝혀졌다. 성을 쌓을 자리를 정해 양 끝에 돌을 쌓아 흙이 밀리지 않도록 하고 나서 바깥에 판을 대 시루처럼 흙을 다져 쌓는 판축법을 따랐다. 판축법은 성의 단면을 잘라보면 다른 흙들이 색 띠를 이루고 있다. 또 성벽을 쌓을 때 내외 합판을 단단히 고정하거나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중심영정주(일종의 나무기둥) 형태의 흔적(30㎝)도 나왔다.

유물로는 기와 조각 수백 점이 출토됐는데, 이 중에는 '동래(東萊)' 등 명문이 새겨진 다수의 기와편도 나왔다. 부경문물연구원 김성진 조사과장은 "이곳에서 나온 기와 유물을 통해 확인한 결과 최하단부 기와는 통일신라 말~고려 초에 만들었던 기와로 판명된다. 이에 따라 기장고읍성이 적어도 이 무렵에 축조됐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기장산성은 6~7세기, 기장고읍성은 9~10세기, 기장읍성은 15세기께 축조, 기장 내 주요 성의 축성 시기가 모두 밝혀지는 셈이다.

부산근대역사관 나동욱 관장은 "이번 지표조사를 통해 성을 어떻게 판축했는지 몇 차례 걸쳐 축성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면서 "초축 시기를 알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 큰 성과"라고 말했다. 정달식 기자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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