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륙도] '지면 퇴사' 각서 격투기 맞짱의 씁쓸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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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전 2선승제로 격투를 펼쳐 지는 사람이 회사를 스스로 그만둔다.'

안전시설 점검을 주임무로 하는 한 건설용역업체에서 일하는 팀장 S(49) 씨와 직원 K(47) 씨가 쓴 각서 내용이다.

지난 4월부터 함께 일하게 된 S 씨와 K 씨는 사사건건 맞부딪혔다. S 씨는 K 씨가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K 씨는 팀장이 강압적으로 지시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둘 다 체격이 건장하고 각자 '한 싸움' 한다고 자부했다.

지난 6월께 일이 터졌다. S 씨가 지시 불이행으로 K 씨를 해고시킨 것이다. K 씨는 안전시설이 미비한 현장 모습을 담은 사진을 회사로 보내 '언론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

협박이 성공해 K 씨는 다음날 일터에 복귀했다. 복귀 뒤 K 씨와 S 씨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급기야 둘은 남자답게 '맞짱'을 떠서 해결하기로 했다. 지는 사람이 무조건 회사를 그만두기로 각서도 썼다.

지난 7월 4일 오후 11시께 해운대구 한 격투기 도장에서 펼치진 1차전에서 S 씨가 허무하게 KO 패를 당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S 씨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

이를 빌미로 결국 9월 6일 오전 7시 35분께 일터인 해운대구 한 건설현장에서 S 씨와 K 씨는 또다시 싸움을 펼쳤다.

서로 폭행한 끝에 S 씨가 K 씨를 폭행 혐의로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서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나 결국 둘 다 불구속 입건됐다.

부산 금정경찰서 관계자는 "회사 동료 간에 미움과 화를 참지 못하고 서로 해치려고 하다가 둘 다 회사에서 잘리고 말았다"며 혀를 찼다.

조영미 기자 mi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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