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에 미친 사람들] 이자카야 '텟페이' 주세왕 대표 "칼은 내 분신, 칼 맛따라 음식 맛도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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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흉기? 칼의 운명, 다스리는 손에 달렸다

주세왕 대표가 커다란 방어를 칼로 경쾌하게 뜨고 있다.

일식 요리사 중에 칼 좀 쓴다는 사람을 찾았다. 그러자 칼에 욕심이 많기로는 서면에서 이자카야 '텟페이'를 하는 주세왕(46) 대표가 일등이라고 여럿이서 말했다.

요리 경력 26년. 수년간 일본 칼을 수입해 유통업도 병행했기에 특히 일본 칼에 밝았다. 주 대표는 30만~40만 원 대 일본 칼을 10자루 정도 가지고 있었다. 요리에 이 칼이 다 쓰일까?

주 대표는 사시미칼, 문어나 복어용 칼, 야채 칼, 야채 조각 내는 칼, 큰 생선의 머리나 배를 가를 때 쓰는 용도의 칼을 하나씩 설명했다. 작품에 따라 부품이 달라지듯이 칼도 그렇게 달라진단다. 그는 도쿄조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5년간 일할 때 선배들이 가진 칼을 보고 욕심을 내기 시작했단다.

요리사라면 집에 불이 났을 때 제일 먼저 들고나오는 것이 칼이라니, 칼은 자르는 도구 이상의 의미였다. 소중한 칼은 갈고, 닦고, 말리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매일 15분씩 숫돌로 칼을 간다. 칼 관리를 잘못하면 쇠 냄새가 생선에 배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이 마치면 집에 가기 바쁜 요즘 요리사들이 좀 아쉽다. 근무 시간 외의 일도 중요한 데 말이다.

그는 '키레 아지(칼 드는 맛)'이라는 일본어 표현을 사용했다. 어떤 칼을 쓰느냐에 따라서 음식은 맛이 완전히 다르다. 칼날이 치우치면 요리 재료의 모양이 엉망으로 비틀어져 나가게 된다. "칼은 전체적으로 쓸 줄 알아야 한다. 칼이 길면 잘리는 맛이 곱고 세밀하게 나온다"라고 조언했다. 요리사에게 칼은 분신이라고 했다. 좋은 재료와 잘 드는 칼을 가졌을 때 요리사의 자신감은 말도 못 한다. 요리사의 진검 승부에 좋은 재료와 잘 드는 칼이 빠질 수 없다. 주 대표는 특히 생선 비늘을 칼로 얇게 벗기는 것에 자신이 있다고 했다. 커다란 방어를 잘 드는 칼로 시원하게 뜨자 보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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