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 국내 확산… 메르스가 뭐길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첫 환자 발생 9일 만에 12명 확진… 'SNS 괴담'까지 돌아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10명으로 늘어난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공항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마스크를 쓰고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첫 환자 발생 9일 만에 벌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12명으로 늘어났다. 중동 국가를 제외한 국가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환자 1명당 0.6~0.8명 정도에게 병을 옮겨 전염성이 낮다던 보건 당국의 발표와는 달리 첫 번째 환자가 이미 11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도 높아지고 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날 때마다 환자가 늘어나 있자 SNS에는 괴담이 확산되는 등 공포감도 높아지고 있다.

메르스란
2012년 사우디서 처음 발견
 매개동물로 중동 낙타 의심

국내 확산 속도 아주 빨라
중동 지역 빼곤 최다 발생국
당국 허술한 초기 대응 입방아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손씻기 등 개인 위생 가장 중요
고령자 등 중동 여행 자제해야

부산시도 29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관리 대책본부를 시청 14층에 설치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그전까지 부산시는 부산 지역에 환자가 발생된 게 아니라며 다소 느긋한 태도를 보여왔지만 상황이 예상보다 긴박하게 돌아가자 대응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부산시는 29일 부산 지역 보건의료단체장과 보건소 관계자들을 불러 긴급회의도 개최했다. 이날 회의를 통해 부산시는 이상 증후 발견 시 즉시 신고할 것과 철저히 격리할 것을 관계자들에게 당부했다. 부산시는 또 대책본부로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역학조사반을 출동시켜 역학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조사를 통해 감염 경로와 밀접접촉자를 찾고 이상 증상이 있을 경우 격리거점병원에 격리 조치하고 특별한 이상이 없더라도 최대 잠복기인 14일 동안은 격리 모니터링을 실시키로 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이 뭐기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란,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중증 급성호흡기질환을 말한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뒤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역에서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MERS-CoV)로 명명됐다.

메르스는 7~14일의 잠복기 이후 고열, 흉통과 함께 기침, 호흡곤란, 폐렴 등의 심한 호흡기 증상을 일으킨다. 일부는 구토나 설사와 같은 소화기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달리 신장 기능 손상으로 인한 급성 신부전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대증요법(병의 원인 치료가 아닌 증상에 대한 치료)으로 치료를 하고 있고 치사율은 30~40%에 이른다.

지난 2012년 처음 환자가 생긴 이래 16일 기준 전 세계에서 1천144명의 환자가 발생해 이 중 465명이 사망했다. 감염 환자의 90% 이상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서 발생했다. 원인이 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정확한 인체 감염 경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낙타가 매개동물로 추정되고 있다.

 ■왜 우리나라에서 유독 빠른 속도로 확산될까?

국내 메르스 최초 감염 환자인 A씨는 4월 18일부터 5월 3일까지 바레인에서 농작물 재배를 하다 5월 4일 카타르를 거쳐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당시에는 증상이 없었으나 입국 7일 만에 38도 이상 고열과 기침 등 증세를 보였고 메르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동안 A씨의 부인은 물론 A씨를 진료했던 의료진, A씨와 같은 병실을 썼던 환자와 그의 가족, 심지어는 같은 병실이 아닌 같은 병동에 있었던 환자에게까지 바이러스가 전파돼 첫 감염환자 발생 후 9일 만에  환자수는 모두 12명으로 늘어났다.

아시아에서 메르스 2차 감염자가 나온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특히 국내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의 전염력은 학계에 보고된 여타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염력보다 10배 이상 강한 것으로 드러나 보건당국은 초비상이 걸렸다. SNS를 통해서는 "△△지역, OO병원은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병원"이라는 식의 괴담이 확산되고 있고 "해외에서는 우리나라가 긴급재난1호 상황이라는 실시간 뉴스가 뜨고 있다"는 식의 얘기들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빠른 속도로 메르스 환자가 확산된 것을 두고 보건당국의 초기 대응이 허술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줄곧 나오고 있다. 전염성이 낮다며 안일하게 대응해오던 보건당국은 네 번째 환자가 발생하자 그때서야 늑장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 네 번째 환자마저도 앞서 검사와 격리를 요구했지만 증세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결국 메르스 환자 확진 판정을 받아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은 더욱 높아졌다.

비난이 거세지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9일 오전 세종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일일상황점검회의'에서 "국내 대응에 대해 충분하지 못했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3차 감염 가능성은? 예방법은?

첫 환자 발생 이후 보건당국이 내내 해왔던 얘기는 "3차 감염은 없다"였다. 하지만 29일 보건복지부는 "3차 감염은 발생할 수도 있다"며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27일 내놓은 대책에서 최초 환자 밀접 접촉자뿐 아니라 일반인 중에서도 호흡기 증상 의심자가 발견되면 즉시 신고할 것을 권고하며 '3차 감염'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바 있다. 3차 감염이란 첫 환자가 아닌 2차 감염 환자로부터 메르스가 추가로 전파된 것으로 지역 사회로 전염이 확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단시간 감염환자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메르스 바이러스가 사스 바이러스처럼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로 변이한 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메르스의 '친척' 뻘인 사스가 이런 변이를 거친 적이 있다. 사스가 처음 발견된 2002년 초반에는 환자 1명당 2차 감염자 수가 1명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광둥 성과 홍콩에서 대유행을 하면서 1명당 2차 감염자 수가 2~3명으로 급증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2002년 11~12월께 사스 바이러스가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로 변이된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지나친 걱정을 경계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에서의 허술한 방역 때문에 메르스가 변이해 동아시아호흡기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메르스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환자의 체액과 가검물 접촉을 금지하는 것은 기본이고 평상시 손 씻기 등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경우 입과 코를 가리고 하고 사람이 많이 붐비는 장소 방문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고령이나 만성질환자의 경우 중동 지역의 여행을 자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