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북카페& 도서관] 도서관을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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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은 이노 북카페. 책장 밑에서 자라는 남천 나무가 이채롭다.

따스한 봄철 오후, 나른함을 깨워 줄 이벤트는 없을까. 밀린 일이 많아 잠시라도 떠날 용기는커녕 마음의 여유조차 부리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마냥 일에만 매달리자니 제대로 집중이 안 된다. 마음은 벌써 밖으로 나와 봄볕 속을 걸어가고 있다. 내 마음에도 새싹을 틔우고 싶어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된다면?

피로를 달고 사는 현대인에게 휴식과 힐링을 가져다주는 공간은 없을까.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면서 재충전하는 즐거움이 있는 곳. 경쟁에 지친 사람이 잠시 머리를 식히면서 여유를 찾아가는 공간 말이다.

엄숙하지 않고
휴식이 되어 주는
시대의 트렌드 공간
도서관의 새로운 모습들


최근 도심 곳곳에 '북카페식 라이브러리'가 생겨나고 있다. 그냥 북카페라고 부르기에는 분위기가 훨씬 안정되어 있다. 또 도서관이라고 부르기에는 훨씬 분위기가 가볍고 자유롭다. 편안한 마음으로 참고 책을 찾아보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 바로 그런 곳이 현대적 의미의 도서관이다.

지나치게 엄숙하고 조용한 공간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다. 머리를 싸매고 시험공부에 몰두하는 수험생의 전유물이었던 도서관.

그때 그 시절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신세대 감각의 도서관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프로젝트를 앞두고 집중할 필요가 있는데 업무 공간인 작업실이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들.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인이나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수험생이 정보를 얻고 새로 힘을 모아가는 공간. 먼 길을 걸어온 낙타가 잠시 짐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는 오아시스와 같은 곳. 정겨운 사람들과 모닥불을 피워 놓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혜의 폭을 넓혀 가는 사랑방과 같은 곳이 바로 우리 시대의 도서관이 아닐까.

하지만 도서관이라는 이름 자체가 너무 엄숙하고 딱딱해서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사람도 있다. 일상생활과 떨어져서 공부하는 사람들만의 공간이 도서관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바로 그런 정서 때문에 그 이름을 '문화 사랑방'으로 바꿀 것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도서관은 생활 주변의 복합 문화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주장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가 휴식과 힐링을 즐기면서 업무 능률까지 높여서 돌아올 수 있는 곳. 대화와 토론이 가능한 열린 공간에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어 가는 '사랑방'과 같은 존재가 바로 우리 시대의 도서관이라는 견해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바로 그런 취지를 발판으로 도심 곳곳에서 독특한 개성을 발휘하면서 다양한 패턴을 선보이는 도서관들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건축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관련된 전문 서적들을 대거 소장한 미니 도서관과 사진 관련 자료집과 서적, 작품을 모아 둔 사진 도서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다 인문학 부흥을 기치로 내걸고 각종 강좌를 개설하는 곳도 있고, 크리스천 서적을 중심으로 북카페를 운영하면서 종교의 자유를 논하는 힐링 공간을 자처하는 특이한 공간도 있다. 친숙하게는 어린 시절 부모님 몰래 숨어서 보던 추억의 만화책부터 신간 소설을 비치한 데다 영화까지 상영하면서 각종 세미나실까지 갖춘 복합문화공간도 문을 열었다.

고급 인테리어로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최첨단 문화와 예술 분야로 특화된 공간도 많다. 그 분위기는 한결같이 개방적이다. 함께 누리는 세상을 만들자는 뜻에서 무료로 서비스하거나 자율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도서관들은 하나같이 '휴식과 힐링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마음이 편해야 능률이 오른다'는 신세대식 사고 덕분일까.

트렌드가 그렇다 보니 찾는 사람도 다양하다. 인테리어와 다자인, 사진 등 전문 서적을 찾아보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 찾아온 직장인과 전공 학생들. 취업 고민에 시달리다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데이트를 겸해서 만화책을 찾는 젊은이도 많다. 무료한 일상을 달래기 위해 인문학 강좌를 찾아온 주부들과 크리스천 서적을 접하며 마음의 위안을 받고자 북카페를 방문하는 사람 등등.

모두가 복잡한 현대 사회를 함께 살아가면서 좀 더 나은 앞날을 위해 땀 흘리고 고민하는 이웃들이다. 바로 그 사람들이 벽을 허물고 열린 마음으로 자신들이 가진 노하우를 나눌 때 삶의 지혜가 한 차원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아닐까. 새로운 문화 패턴으로 자리를 잡아 가는 생활 속의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자..

정순형 선임기자 junsh@busan.com

사진=김경현기자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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