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오징어는 아직 저렴합니다 [박상대의 푸드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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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회를 처음 먹은 것은 강원도 속초 동명항이었다. 취재차 들른 동명항에 무슨 회를 시켰는데 덤으로 오징어 한 마리를 썰어 주었다. 요즘은, 강원도 앞바다에서 흔해빠진 물고기 대우를 받던 오징어가 귀한 손님이 되었다. 오징어 물회라는 메뉴가 음식점 메뉴판에 등장하더니 이제는 오징어회라는 이름을 걸고 벽면에 걸려 있다. 아예 오징어회 전문점이 등장했으니 바다세상이 많이 변한 모양이다.

울릉도 저동항에 오징어회센터가 있다. 독도를 다녀온 길이었다. 선상에서 해넘이를 구경하고 땅거미가 짙게 내려앉은 저동항에 도착했다. 방어회를 먹기 위해 어슬렁거리는데 항구 한쪽에서 불켜진 간판이 시선을 당긴다. 방어회가 제철이니 방어회를 먹자는 생각을 밀쳐두고 오징어회센터를 들어섰다. 여느 항구도시에 자리하고 있는 수산물 판매센터를 옮겨 놓은 듯하다. 다른 곳과 다른 점은 회센터 여러 수족관에서 오징어들이 씩씩하게 헤엄을 치고 있다.

간혹 기자들은 동해에서 중국 어선들이 무분별하게 오징어를 포획하여 우리 동해에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다고 하고, 학자들은 수온 때문에 오징어들이 서남해 쪽으로 서식지를 옮긴 탓도 크다고 한다. 동해에서 오징어잡이가 예년만 못하다는 이야기를 접했는데 여행객이 사먹을 수 있는 양은 잡힌다고 한다. 더군다나 울릉도 아닌가!

오징어회가 강원도나 경상북도 항구에서는 2마리에 1만원을 한다는데 울릉도에서는 4마리에 1만원이다. 오징어 값이 비싼 것은 때를 잘못 만난 탓도 있다. 오징어는 6~8월에 가장 많이 잡히고, 이때 가장 값이 싸다. 그래서 11월이면 오징어는 귀한 몸이 된다. 그래도 제철 생선인 방어회는 다음날 먹기로 하고 일단 오징어회를 맛보기로 했다.

 


음식점 아주머니가 손질해서 접시에 내온 오징어 살의 색깔이 곱다. 시골 포구 여관방 형광램프 빛깔을 띠고 있는 오징어 살점을 집어 그대로 입에 넣었다. 나의 오랜 습성이다. 오징어회는 일단 아무 양념도 찍지 않고 한 점을 입에 넣고 진득하게 씹어 먹는 것이 좋다. 오징어 살이 씹히는 느낌을 맛보기 위함이다. 굵게 썰어 놓은 오징어 살이 위아래 어금니에서 씹히는 촉감이 좋다. 살점이 잘라지는 느낌이 뿌듯하다. 입안에 침과 육즙이 고이고, 양 볼에 미소가 그려진다.

소주를 한 잔 마시고, 깻잎에 오징어 살점 서넛을 올리고, 다시 초고추장을 찍은 살점을 올린다. 깻잎향이 어우러져 입안에 싸한 기운이 감돈다. 다시 상추에 초고추장을 찍은 오징어 살과 풋고추와 풋마늘을 넣어 만든 쌈을 입에 넣고 오물거린다. 혀가 즐거워한다.

오징어 회를 안주로 술을 마실 때는 과음을 주의해야 한다. 마치 오징어가 알코올을 흡수하기라도 한 듯 술이 술술 넘어간다. 

저동항 오징어회센터에서 나오자 포구에는 가로등과 불 켜진 간판들이 정겹게 여행객을 바라보고 있다. 찰삭찰삭 파도소리가 들리고 저 멀리 바다에는 주황색 북을 밝힌 오징어잡이 배들이 떠 있다. 내일 새벽이면 배에 가득 오징어를 싣고 새로운 여행객을 찾아 들어올 것이다. 
 
글 박상대 월간 '여행스케치' 대표 psd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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