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섬진강변 하생촌 참게탕, 가을에 더욱 맛있다 [박상대의 푸드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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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에 가면 섬진강이 있어 좋다. 섬진강을 따라 차를 몰아가거나 걸어가면, 화낼 일이 없다. 길이 막히면 막힌 대로, 날씨가 궂으면 궂은 대로 아무려면 어떠랴. 천천히 섬진강을 따라 달릴 수 있으니 좋다. 섬진강을 따라 가면 증기기관차가 여행객을 싣고 칙칙폭포 달려간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거북이 열차다. 그래도 시비를 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섬진강을 따라 달리다보면 맑은 하늘이 강물에도 있다. 세상 어디에 하늘이 없으랴만, 하늘은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강물에 잠겨 있는 하늘 속이 궁금하다. 저기 저 아래는 무엇이 살고 있을까?
 
섬진강 은어들이 살고 있을 거다. 더 아래 강바닥에는 참게가 살고 있다. 섬진강변을 달릴 때마다 배가 출출할 때면 참게탕 냄새가 강바람에 흩날린다. 여행객들은 "전라도 가서는 기사식당에 가도 흡족한 음식을 먹고 온다"고 곧잘 말한다. 어느 음식점이나 다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준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아무 집에나 들어가서 아무거나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가을철 섬진강에선 은어나 참게를 먹어야 한다! 은어를 넣어 밥을 하는 음식점이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가는 길목에 있으나 곡성에선 너무 멀다. 참게탕을 먹자. 참게장 백반도 있으나 강변 음식점에서 풍기는 참게탕 냄새가 발길을 잡아끈다.
 
참게는 민물에서 사는 게다. 바다에서 사는 꽃게 어미보다 몸집이 작다. 다리에 털이 붙어 있고, 등이 동그랗다. 봄철 산란기를 앞두고 잡은 참게에는 노란 알이 가득 차 있다. 이때 잡아서 게장을 담그거나 냉동시켜서 저온창고에 보관해두고 내내 꺼내서 탕을 끓인다. 곡성이나 구례 사람들은 꽃게보다 참게를 더 높이 쳐준다. 은근한 맛이 더 깊다는 것이다.
 
섬진강과 나란히 자리한 집, 섬진강과 함께 사는 집이라고 하는 편이 더 낫겠다. 하생촌. 겉모습은 썩 세련된 집이 아니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바로 뒷마당이 섬진강이다. 몇 달째 계속 된 가뭄이라지만 섬진강은 우리나라 5대 강이다. 여행객의 가슴을 훔칠 정도의 수량이 흐르고 있다. 
  


이즈음 참게는 자연산보다 양식한 게가 더 많다. 가을에는 산 게를 사용하지만 알이 밴 참게를 사용한 꽃게탕은 봄에 잡았다가 냉동시켜 두고 사용한다. 그래서 봄철에는 참게장이 맛있고, 여름이나 가을에는 참게탕이 더 맛있다. 섬진강을 향해 지친 두 다리를 뻗고 앉아 있는데 사장이 참게탕을 내온다.
  
참게탕은 냄새가 좀 거칠고 투박하다. 참게탕 냄새가 거세게 가슴팍으로 파고든다. 뚝배기 안에서 참게가 빨갛게 익어간다. 고추장과 된장국물과 다진 마늘 익어가는 냄새가 향기롭다. 두 토막으로 잘라놓은 참게 한쪽을 집어 들어 접시에 놓고 보니 빨강 참게알이 굳어 있다. 몸통과 다리가지 송곳니로 씹으니 쉽게 바스러진다. 국물맛이 그만이다. 참게를 건져 먹고나니 무청이 몸을 비틀고 있다. 참게 향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국물과 무시래기가 입안에서 무너진다.
                 
글 박상대 월간 '여행스케치' 대표 psd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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