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 시집 펴낸 허만하 시인] 구순 앞두고 더 치열해진 詩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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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넘는 시력(詩歷)을 지닌 허만하 시인이 5년 만에 7번째 시집 <언어 이전의 별빛>을 펴냈다. 부산일보DB

허만하 시인. 1957년 조지훈 이한직 박남수 시인의 추천으로 <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한 그는 부산 고신대 의대 교수로 오랜 세월 후학을 양성하는 동안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깊어졌고, 시를 직조해내는 감성과 예술혼은 뜨거워졌다. 1969년 첫 시집 <해조> 출간 이후 무려 30년 만인 1999년 발간한 두 번째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로 문단의 큰 호평을 이끌어낸 이후 3~4년 만에 발간한 시집들로 상화시인상, 박용래문학상, 이산문학상, 청마문학상 등을 휩쓸었다.

그런 그가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여든일곱을 맞아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5년 만에 7번째 시집 <언어 이전의 별빛>(사진·솔)을 펴낸 것이다. '시인은 언어가 타고난 근원적이고 고난을 깨닫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던 시인의 말처럼, 이번 시집엔 시에 대한 웅숭깊은 시선이 돋보인다. 시력(詩歷) 60년이 넘는 노시인이 벼린 시어는 하나라도 허투루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고신대 의대 교수 출신
1957년 등단, 시력 61년
두 번째 시집 '비는…' 이후
국내 주요 문학상 휩쓸어

신작 '언어 이전의 별빛'
시에 대한 웅숭깊은 시선 담겨


'시는 벼랑의 질서다 한 발 헛디디면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지는//…//나는 내 언어를 추적했다 시는 벼랑의 질서다'('최후의 사냥꾼')라 말하고 '내 시선은 어둠의 넓이 바깥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눈빛으로, 비어 있는 세계와 나를 잇는 내 육체의 펄떡이는 현실이 된다'('그늘에 관한 노트')는 허 시인. 그에게 고독은 시를 길어 올리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아침노을에 젖는 벼랑 끝에 서서 전율하는 나의 언어는 태양을 정면으로 반사하는 가슴팍 우랄 알타이 청동거울처럼 눈부신 고독한 인식이다. 시대의 슬픔을 품는 장대한 시의 넓이에서 치솟는 수직의 고독이다.'('눈부신 절벽')

'한 사람이 회전문 안으로 들어서고 동시에 한 사람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효율보다 탄생이 동시에 죽음의 시작이 되는 뜻밖의 은유의 현장에 들어선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연기처럼 조용히 하늘로 올라갈 다음 절차를 생각한다'('회전문 단상')는 대목에선 죽음과 일상을 바라보는 허 시인의 예리고도 올곧은 시선이 전해진다.

후배 시인들에게 "안일함에 빠져서는 안 된다. 언어와 시를 대함에 있어 좀 더 치열해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그의 시 쓰기는 결코 멈춤이 없다. 포스트모던을 향한 열정은 현재진행형이다. 그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한편 <현대시> 9월호, <예술가> 가을호에서 그의 시 세계를 특집으로 다룰 예정이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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