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 기자의 치매 부모 봉양기] 3. 요양원·요양병원 어디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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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서 떠밀려 나온 아버지, 요양원 가기도 별 따기

아버지는 계속해서 틈만 나면 병원으로 달려갔다. 치매와 변비 외에 다른 아무런 병적 증상이 없는 노인을 입원시켜 주려는 일반 병원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입원해도 문제였다. 병원 측에서는 아버지가 입원할 때마다 여러 검사를 했다. 분명히 일주일 전에 입원한 노인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똑같은 검사를 다시 했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한 번 입원할 때마다 수십만 원이 날아갔다.

아버지·어머니 요양병원 모셨지만
아버지는 적응 못 하고 퇴원
요양원 들어가기는 더 어려워
장기요양등급 1~2등급이나
3~4등급은 '시설급여' 판정 필요
요양원 입소 놓고 형제간 갈등도

어머니는 병원에서 뇌수막종 방사선 치료를 받은 후 치매 증세가 악화됐다. 원래 무릎 관절 수술을 받은 이후 걷는 데 불편함을 느끼던 어머니는 뇌수막종 때문에 다리를 움직이는 게 더 힘들어졌다. 병원 측에서는 재활할 수 있는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같은 곳에 모시는 게 좋겠다고 형제들은 뜻을 모았다. 경남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시설이 좋다는 김해의 한 재활요양병원에 간 것은 그런 연유에서였다.

어머니는 새로 간 요양병원에 잘 적응하고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밀양에 있을 때도 재활하러 병원에 다닌다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재활치료가 아니라 단순한 물리치료에 불과했다. 김해에서는 '진짜' 재활치료를 하루 두 차례 오전, 오후에 전문적으로 받게 되니 매우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걷기조차 힘들었던 다리 상태는 매우 호전됐다. 침대에서 일어서기도 어려워하던 어머니는 나중에는 침대를 손으로 짚지 않고도 일어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아버지였다. 입원하면 매일 밤새도록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야간 당직 간호사를 찾아가 관장을 시켜달라, 진통제를 달라, 변비약을 달라며 계속 졸랐다. 다른 환자들도 살펴야 했던 간호사는 휴식은커녕 일조차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렸다. 며칠간 시달린 간호사는 병원 측에 대책을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아버지와 같은 방을 쓰는 환자들도 비슷한 요구를 했다. 병원 측에서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은근히 나가주기를 원했다. 이런 병원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할 수 없이 아버지를 퇴원시켜 집으로 모시고 갔다. 김해 병원 측에서는 아버지를 치매 전문 요양원에 모시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곳에서 반강제적으로 변비약을 끊게 해서 장을 진정시키는 것 말고는 아버지의 변비 집착을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것이었다.

형제들이 주로 모여 사는 부산의 여러 치매 전문 요양원에 전화를 걸었다. 대부분 남성 노인자리는 없다고 했다. 대기만 가능하다고 했다. 요양원에 들어간 노인 환자가 세상을 떠야 다음 환자가 입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요양원에 빈자리 한 곳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버지 상태를 설명했다. 요양원 측은 당혹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다른 환자들은 차분하고 조용하다고 했다. 시끄럽고 말을 잘 안 듣는 환자가 오면 다른 환자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도 했다. 결국 아버지가 들어갈 치매 전문 요양원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부산 북구 만덕동 '연우어르신의 집' 인지 기능 활성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건강 박수를 치고 있다.
이곳저곳을 알아보고 다른 치매 환자 가족 등에게 조언을 들으면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요양원, 요양병원에 들어간 노인들이 시설 측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폭력적으로 행동할 경우, 진정제를 투입한다는 말이었다. 노인들의 팔다리를 묶어둔다는 말은 이미 수없이 들었던 터였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오죽하면, 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요양원에 들어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먼저 장기요양등급을 받는 게 만만치 않았다. 1~2등급을 받든지, 아니면 3~4등급이라도 '시설급여' 판정을 받아야 했다. 불행히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재가급여 판정만 받은 상태였다. 부산 북구 만덕동 노인 요양원 '연우어르신의 집'의 김정두 원장은 "급여 종류는 재가급여와 시설급여가 있다. 재가급여는 집에서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시설급여는 요양원에 들어가 집중 보호를 받는 제도다. 3~4등급의 경우 시설급여가 명시돼 있어야 요양원에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다른 견해를 가진 의사들도 있었다. 홍태용 김해한솔재활요양병원 원장은 "요양원은 노인들의 생활을 도와주는 곳이고, 요양병원은 노인들을 장기간 모시면서 치료를 병행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양원에는 거동이나 식사 등의 생활 지원만 받으면 되는 장기요양등급 3~4등급 노인들이 들어가고, 거꾸로 늘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거나 건강이 매우 나쁜 노인들은 요양원보다는 요양병원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노인 장기 요양 시스템이 이렇다. 우리는 정반대다. 개선하면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두 분을 요양원에 모시는 문제를 놓고 형제들 사이에 마찰이 생겼다. 일부 형제는 두 분을 요양원에 보내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했고, 다른 형제는 부모를 직접 모셔야 한다고 우겼다. 또 인지 기능이 상당히 떨어진 어머니는 집보다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이 편하다면서 좋다고 했지만, 아버지는 달랐다. '다 죽어가는 환자들 사이에 집어넣으려 하느냐'면서 반발했다.

문제는 이렇게 갈등을 겪다 보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관리하는 요양원에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김정두 원장은 "아무것도 안 하면 결국 피해는 부모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 대부분은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부모에 대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막바지에 몰려서야 허둥지둥한다. 다들 '진작 할걸'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정두 원장은 "노인들은 어쨌든 젊었을 때 국가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이다.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노인 문제는 예상됐다. 정부가 상당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예산을 핑계로 요양원과 요양병원에 노인 문제를 떠넘겼다. 정부로서는 돈을 덜 들이면서 노인 문제를 일시적으로 가리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앞으로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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