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발 뻗고 앉아도 되겠죠?”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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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시민단체가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설치하려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일본 영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의자 고정 핀이 파손됐다. 하지만 소녀상은 파손된 후 2달 동안 수리조차 받지 못했다. 책임지고 수리를 할 주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당시 경찰력을 요청한 동구청이 160만 원을 들여 수리를 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 됐다.

또 한 번, 이처럼 소녀상에 문제가 생길 때 부산시가 ‘부산 평화의 소녀상’을 앞장서 지킬 수 있게 될까?


‘소녀상 조례’ 시의회 상임위 통과

점검·보수 등 市 관리책임 부여

위안부피해자 지원 의무도 강화


28일 본회의 통과 무난할 듯

‘불법적치물’ 신세 벗을지 관심


17일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부산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이른바 ‘소녀상 조례’라 불리는 이 조례 개정안에는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부산시의 관리 책임 의무가 새롭게 담겼다. 소녀상 개정 조례안의 운명은 28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결정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부산시에 소녀상의 관리책임을 부여한 것이다. 개정안에는 ‘기념조형물의 관리의무 ’조항이 신설됐다. 개정안 제8조는 ‘시장은 기념조형물의 관리를 위해 관리책임자를 지정하고, 관리대장을 작성·관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시장은 기념조형물에 대해 반기별 1회 이상 정기적인 상태점검을 실시하고, 기념 조형물이 훼손·파손·변형된 경우 보수 및 보존 처리 해야 한다’고 규정 한다.

개정안에는 이 외에도 소녀상 ‘민간지킴이단’을 지정해 운영할 수 있도록, 시가 필요한 경비를 예산 범위 안에서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조례 자체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것인만큼, 소녀상뿐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시의 책임도 강화했다. 개정안은 ‘시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피해자가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직과 예산을 확보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개정 조례안이 상임위는 거뜬히 넘겼지만, 본회의라는 ‘산’을 다시 한번 넘어야 한다. ‘3·1운동 10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해이지만,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일본과의 외교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점도 무시하기 어려운 점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발 수위가 관심이다. 하지만 조례가 1차 고비인 상임위를 통과한 데다 더불어민주당이 시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본회의 통과는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개정 조례안을 발의한 민주당 소속 부산시의회 김민정 의원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조례가 개정되더라도, 시와 구청의 책임 떠넘기기는 계속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화의 소녀상이 끝내 ‘공공조형물’로는 지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는 소녀상을지키는 부산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 측에 기부채납 형식으로 소녀상의 소유권을 시에 넘기면 공공조형물을 조성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시민행동은 시의 입맛대로 강제 철거되거나 이전되는 것을 우려해 이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시민행동 장선화 대표는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 세운 소녀상인 만큼 일본영사관 앞에 꼭 있어야 한다”면서 “시 조례와 더불어 동구에도 이를 뒷받침할 조례가 제정돼 소녀상을 지킬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구의회는 시의회의 움직임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동구의회 관계자는 “현재 소녀상 자체가 도로법상 불법적치물인 만큼, 시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에 법적인 부분을 의원들과 함께 논의해 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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