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터치] 청년이 만드는 지역관광과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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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상 동서대 관광학부 교수


지역관광이라는 용어가 있다. 짧은 일정에 여러 도시를 찍고 겉만 보고 돌아가는 패키지여행과 비교되는 관광으로 한 지역에 방문해 그 지역의 문화, 예술, 아름다운 자연과 지역민의 삶을 체험하고 지역민들의 따뜻한 정도 느끼고 돌아가는 여행을 말한다. 각 나라의 수도나 대도시와 비교되는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 용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지역관광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고 보긴 어렵다. 방한 외래객의 서울 방문이 78%를 넘고 중소도시 방문은 10% 미만으로 나타난 최근 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서울이 문화·경제·정치의 중심뿐만 아니라 관광객까지 끌어모으는 중심인 셈이다. 이대로라면 서울엔 방문객이 넘쳐나고 지역엔 점점 더 방문객이 줄면서 심각한 불균형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일본엔 지난해 외래관광객 3119만 명이 다녀갔고, 우리나라엔 1534만 명이 다녀갔다. 한국과 비교해 일본을 방문한 외래방문객이 갑절 넘게 많았다. “내년까지 4000만 명을 유치하겠다”며 아베 총리가 팔 걷어붙이고 관광산업을 챙긴 덕도 있지만, 눈 여겨봐야 할 대목은 도쿄나 오사카뿐만 아니라 소도시까지 관광객이 몰린다는 점이다.

청년이 자발적으로 힘 보탠 축제 덕에

소도시까지 관광객 끌어모으는 일본

지역관광은 청년 일자리 창출할 대안

부산 관광 최전선서 뛰는 청년 지원을

마쓰리를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일본의 축제를 일컫는 마쓰리는 철저하게 지역에 기반한 지역관광의 핵심 콘텐츠다. 수십 개의 대형 등불을 들고 행진하는 간토 마쓰리, 100척의 배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텐진 마쓰리 등 지역 주민이 1년을 기다리며 준비하고 즐기는 진정한 의미의 축제를 보러 관광객이 찾아온다. 특별한 건 우리처럼 위원회를 중심으로 구별 혹은 동별로 할당해 프로그램을 준비하거나, 단체에서 운영하는 먹거리 축제가 아니라 대도시에 나가 있는 지역 젊은이들이 축제 기간 휴가를 내고 와서 축제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다 그런 건 아니라고 해도 고향에 내려와 지역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청년의 사례는 한국에선 거의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휴가차 고향에 온 젊은이들은 가마 제작에 참여해 무거운 가마를 옮기기도 하고, 축제 기간엔 전통의상을 입고 가마를 둘러메고 뛴다. 마을의 우승을 위해 뛰면서 애향심을 키우고 보람을 느낀다. 지역의 미래인 청년들이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힘을 보태는 거다. 이런 청년의 힘이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촉매가 된다.

전북 전주의 20대 청년은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취업 전쟁에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해보기로 마음먹고 아이디어를 냈다. 일본에 갔을 때 많은 관광지에서 일본 젊은이들이 기모노를 입고 관광지를 활보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떠올려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복 입기 축제를 시작했다. 처음 한복 입기 행사엔 300명이 모였지만, 3년 만에 1500명으로 늘었다. 행사 기간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젊은 방문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한복 입고 전주한옥마을을 방문해 사진찍기가 젊은이들 사이에 꼭 해봐야 할 일 중 하나가 됐고, 그 덕에 전주를 찾는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그 뒤 전국 축제에서 한복 입고 사진찍기는 단골 메뉴로 운영될 만큼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됐다. 중앙정부도 지자체도 아닌 지역의 젊은 청년이 도전정신과 젊은 패기로 이뤄낸 결과다.

부산에도 관광 분야에서 활약하는 청년들이 제법 된다. 몇 년째 관광을 통한 원도심 활성화에 열정을 쏟아부은 청년은 만디버스의 우여곡절에도 원도심의 미래를 위해 지금도 뛰고 있다. 이렇다 할 상징이 없는 부산에서 부산을 상징하는 캐릭터를 창작해 면세점에 진출한 젊은이도 있다. 부산다운 기념품을 만들거나, 방문객에게 따뜻한 정을 베푸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젊은이도 있다. 다들 지역관광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이들의 꿈이 현실이 되도록 다들 응원해야 한다. 부산시는 부산의 미래 먹거리인 지역관광을 키워나갈 장을 펼쳐줘야 한다. 중앙정부도 지역관광 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분 아래 공모형 지원만 주장할 게 아니라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할 지역관광 인프라 개선과 마케팅 지원에 비중을 둬야 한다. 중앙정부가 앞에서 끌고 지자체에서는 뒤에서 밀어서 청년 관광전문가들이 핵심역량을 가질 때까지 격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지역관광은 고용 없는 성장시대에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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