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균형발전’ 잇겠다더니 잊었나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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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국정 최상위 어젠다로 끌어올렸고, 실제 재임 중 이를 일관되게 추진한 첫 대통령이다. 반면 노무현 정부를 계승해 “더 발전된 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누차 얘기해 온 문재인 정부는 분권·균형발전 정책에서 기대 이하의 점수를 얻고 있어 대비를 이루고 있다.

盧 서거 10주기, 친필 메모 공개

분권·균형발전 열망·고민 담겨

‘盧 열망’ 계승하겠다던 文 정부

2차 혁신도시 등 핵심과제 부진

“균형발전 의지 있나” 비판 목소리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앞두고 재임시절 분권·균형발전에 대한 그의 열망과 의지, 추진 과정에서의 고민이 오롯이 담긴 친필 메모가 최근 공개되면서 이 같은 대비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9월 8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정책 추진을 위한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분권·균형발전 로드맵을 직접 밝히면서 이행 의지를 다진다. 그는 당시 메모에 시·도지사들의 건의 사항과 함께 ‘대결단은 상황의 제약을 받는다’ ‘교육·경찰 - 무산사례’라고 적힌 부분에는 밑줄을 긋고 ‘장담하기 어렵다’라고 적었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수도권과 야당의 비판,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방향에 대한 지자체 내부의 이견 속에서 일거에 모든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고심의 일단이 엿보인다. 그러면서도 노 전 대통령은 그 아래에 ‘되게하는 지혜를 모아보자’며 지역의 힘을 모아 난관을 뚫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4년 11월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나온 뒤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 때 메모에는 ‘행정수도 이전 없이 공공기관 이전계획이 가능한가?’ ‘균형발전 중단되고 수도권 규제개혁이 가능한가?’ ‘수도권 규제개혁 없이 한반도 동북아 허브가 가능한가?’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노 전 대통령의 고민들이 적혀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 있는 발전을 통한 국가경제 전체 발전이라는 자신의 구상이 첫 단계에서 벽에 부딪친 데 대한 실망, 이를 극복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읽힌다.

이런 치열한 고민은 우여곡절 끝에 세종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통한 혁신도시 건설이라는 성과로 나타난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퇴임과 함께 김해 봉하마을로 귀향하는 것으로 균형발전을 추진한 대통령으로서의 ‘도덕적 책무’를 끝까지 지키고자 했다.

반면 현 정부의 분권·균형발전 정책의 현실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크나큰 실망을 안기고 있다.

지방분권 개헌안은 야당의 반대로 폐기됐고, 지방이양일괄법과 자치경찰제 관련 법안, 지방자치법 개정안 등 분권 관련 법안들은 국회 벽 앞에서 멈춰 서 있다. 재정분권의 경우, 지방소비세율을 올린 대신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하면서 ‘조삼모사’라는 지방의 반발을 사고 있다. ‘혁신도시 시즌2’ 등 균형발전 관련 핵심 과제들은 이렇다 할 진척이 없고, 공공기관 추가 이전도 말만 무성할 뿐 실질적 추진 절차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 과밀을 부추기는 3기 신도시 건설 등은 정부의 균형발전 의지에 대한 의심을 키우고 있다.

문재인은 과연 노무현만큼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치열한가?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시대가 문 대통령에게 묻고 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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