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결승 진출] “멋지게 놀아라” 기적 부른 정정용 리더십

임원철 선임기자 wc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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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가 1-0 한국의 승리로 끝나며 결승 진출이 확정된 뒤 U-20 대표팀 정정용 감독(가운데), 인창수 코치 등 코칭스태프들이 포옹하며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가 1-0 한국의 승리로 끝나며 결승 진출이 확정된 뒤 U-20 대표팀 정정용 감독(가운데), 인창수 코치 등 코칭스태프들이 포옹하며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U-20 대표팀 정정용 감독의 별명은 ‘제갈용(제갈공명+정정용)’이다.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정치가 겸 전략가인 제갈공명에 못지않은 절묘한 용병술과 변화무쌍한 전술로 한국 사상 첫 결승 진출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정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강팀을 상대할 때마다 ‘선 수비·후 역습’ 전략을 기본으로 경기 상황에 따라 전형을 바꾸는 ‘팔색조 전술’을 선보였다. 전반전에는 수비에 집중해 상대 공격을 막아낸 다음 후반에 발 빠른 공격수를 투입해 득점을 만들어냈다.

제갈공명 빗대어 ‘제갈용’ 불려

변화무쌍한 전술로 결승 이끌어

대표팀 대부분 어릴 때부터 지도

장단점 꿰뚫고 있어 용병술 탁월

자율적·수평적 분위기 강조

훈련때도 선수들 항상 ‘웃음꽃’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터뜨린 7골 가운데 6골이 후반(연장전 포함)에 나왔다. ‘숙적’ 일본의 가게야마 마사나가 감독은 한국과의 16강전에서 패한 뒤 “한국의 후반전 전술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고 자평했다.

정 감독은 무명의 선수 시절을 보냈다. 현역 시절 연령별 국가대표 경력이 없다.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신암초-청구중·고-경일대에서 수비수로 뛴 후 실업팀 이랜드 푸마에 입단했다.

부상 등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한 그는 2006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활동하며 유소년 육성에 집중했다.

2008년 U-14 국가대표팀 코치, 2011년 U-17, 2013년 U-23 국가대표 코치, 2016년 U-20 감독대행, 2017년 U-23 감독대행을 거친 뒤 2017년부터 U-20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정 감독은 현재 U-20 대표팀 선수 대부분을 어릴 때부터 지도해왔기 때문에 그들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적절한 타이밍에 필요한 선수를 투입하는 용병술을 발휘하고 있다.

1983년 카리스마 넘치는 박종환 전 감독(81)이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4강 신화’를 일궈냈다면, 정 감독은 수평적·자율적인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정 감독이 경기마다 선수들에게 “멋지게 놀고 나와라”고 말한다. 훈련도 자율적이라 선수들 사이에선 웃음꽃이 떠날 줄 모른다.

이강인이 2살이나 많은 형들 사이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것도 정 감독이 이끌어낸 팀 분위기 덕분이다.

정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실업 선수 시절에도 구단의 허락을 받아 명지대 대학원에 다녔고, 지도자가 된 뒤에는 한양대 대학원에서 스포츠생리학 박사과정을 이수했다.

그동안 한국 축구가 유럽과 남미 등에 비해 가장 뒤졌던 부분은 감독 부문이었다. ‘축구계의 흙수저’인 정 감독은 변화무쌍한 전술과 부드러운 리더십, 절묘한 용병술로 우승 후보를 연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임원철 선임기자 wclim@busan.com


임원철 선임기자 wc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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