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메피스토' 남우현·켄·노태현·나영…아이돌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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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간 아이돌과 작품을 하면서 지켜보니까 편견이 필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돌 출신들의 열정과 집중력, 무대 적응력이 굉장히 좋다"(뮤지컬 배우 문종원)


뮤지컬 '메피스토'가 인피니트 남우현, 빅스 켄, 핫샷 노태현, 구구단 나영 등 인기 아이돌을 앞세워 국내에 상륙했다. 단순히 아이돌의 티켓 파워만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 작품 완성도와 연기, 음악, 무대 구성 등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부었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뮤지컬 '메피스토' 프레스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남우현-켄-노태현(메피스토 텔레스 역), 신성우-문종원(파우스트 교수 역), 선우-나영(마르게타 역), 김수용-최성원(보세티 역), 백주연-황한나(켈리 역), 김효성(패터슨 역), 김성수 음악감독이 참석했다.


'메피스토'는 독일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일생을 바쳐 완성한 소설 '파우스트'를 한국 정서에 맞게 2차 각색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던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텔레스의 유혹을 못 이기고 파멸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


간담회에 앞서 40분 가량 선보인 하이라이트 시연은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나눌 수 있다. 인간의 모든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신약 '빠체'를 만든 파우스트. 자신을 찬양하는 이들과 축하 파티를 벌인 후 귀가하던 도중 뉴욕 거리의 참혹한 실상과 마주한다. 마르게타는 파우스트에게 빠체의 위험성을 얘기하면서 그를 설득하려 한다. 파우스트도 마르게타의 말에 동의하지만, 이후 메피스토텔레스의 목소리를 듣고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걸 암시하며 1막이 마무리됐다.


결국 파우스트는 신약 개발을 함께 진행한 보세티에게 빠체를 세상에 공개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탐욕으로 가득한 보세티는 파우스트의 말을 듣지 않고 빠체 개발을 강행한다. 이후 메피스토텔레스가 파우스트 앞에 나타나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한 뒤 자신과 거래를 하면 영원한 젊음을 얻을 수 있다고 유혹한다.


메피스토텔레스와 몸이 바뀌게 된 파우스트는 헛된 욕망에 놓인 인간들을 심판할 것을 다짐한다. 보세티는 파우스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약을 발표한다. 해당 장면의 시연에 나선 남우현, 켄, 노태현, 신성우, 문종원, 김수용, 최성원은 풍부한 표현력과 흠잡을 데 없는 발성으로 무대를 꽉 채웠다.



시연 종료 후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아이돌 멤버들을 향한 질문과 이야기가 집중됐다. 메피스토텔레스 역의 노태현, 남우현, 켄은 젊은 메피스토텔레스의 몸으로 사는 파우스트까지 연기하며 1인 2역을 소화한다.


'메피스토'로 뮤지컬에 첫 발을 내디딘 노태현은 "훌륭한 작품으로 입봉해서 영광이다. 1인 2역이라서 고민도 많이 했고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신성우, 문종원, 김법래 선배가 많이 도와주셨다. 켄, 우현이 형도 조언을 해주신 덕분에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켄 역시 "형들을 좀 귀찮게 하면서 많이 여쭤봤다. 신성우 선배, 종원이 형, 법래 형님의 공연을 많이 보면서 느끼고 따라했다"고 떠올렸다.


남우현은 "메피스토는 파우스트보다 걸음걸이나 말하는 속도 등 전반적인 템포가 빠르다. 인간의 욕망을 끄집어내서 꼭두각시처럼 이용하는 역할이다"며 "파우스트는 메피스토보다는 템포가 더 느리고 생각하는 것도 많아서 그 점을 고려해 연기하고 있다"고 두 캐릭터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나영은 "평상시 뮤지컬에 대해서 자세히는 몰랐지만 선배들이 하는 뮤지컬을 몇 번 접하면서 관심이 생겼다. 많이 접하지 못한 무대라서 낯설기도 하고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선배님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힘든 만큼 배워가는 게 있어서 정말 의미 있는 뮤지컬이다"고 했다.


뮤지컬 선배들은 이들의 잠재력과 열정을 칭찬했다. 신성우는 "각자의 특징이 있다. 이 친구는 이게 좋고 저 친구는 이런 면에서 좋다. 무대에 오르기 전 연습실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한테 요구하는 것들을 서로 연구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어 "나도 가수 출신이기도 했고 뮤지컬이 흥하지 않던 시절에 텃세를 받아가면서 뮤지컬 배우를 해오고 있다. 그때 연습 시간에 많은 땀을 흘리고 믿음을 얻고 난 다음에 관객들을 만나면 분명히 실패는 없다.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후배들한테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 워낙 잘하는 친구들이라서 별 걱정은 없다. 선배 배우로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종원은 "아이돌의 뮤지컬 출연은 찬반이 있긴 하다. 물론 모자란 부분도 있다. 열정과 집중력, 노력하는 면이나 무대 적응력이 좋기 때문에 드라마적인 큰 흐름만 같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더 좋아질 것 같다"면서 "태현이는 백지에 수채화 그림을 그리듯이 확확 잘 그려왔다. 지금은 선배들이 너무 믿는 노태현이 됐고 켄, 남우현은 이미 멋진 뮤지컬배우다. 내가 어떤 가르침을 줬다기보다 연기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던 시간들이 좋았다. 나도 배운것들이 있었고 너무 즐거웠다"고 했다.


신약 '빠체'에 대한 배우들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다. 빠체는 슬픔, 불안함 등 인간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김수용은 "진짜로 필요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인위적으로 사람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약인데 그게 있다고 해서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호기심에 한 두알은 먹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최성원은 "영생을 떠올려볼때 멋지게 삶을 살고 생을 마감하는 게 멋진 것인지, 죽지 않고 오래 살아가는 게 멋진 것인지 한번 쯤 고민해봤듯이 불편한 감정이나 슬픔을 느끼지 못하고 영원한 행복을 누린다면 그게 정말 좋은 것일지 생각해봤다. 극중에서는 빠체를 팔지만 실제로 있다면 반대할것 같다"고 밝혔다.


여성 캐릭터 마르게타, 켈리는 순수한 욕망과 원초적인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나영은 "마르게타는 극중 유일하게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겉으로는 여려 보이지만 신념이 강하고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도 깊다"고 설명했다.


선우는 "마르게타는 모든 인간의 욕망 중 선한 욕망을 표현한다. 선한 욕망도 누구에게는 선하지 않은 영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사람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하고 파우스트를 설득한다. 신념과 의지도 있고 사랑을 갈구하는 인물이다"고 소개했다.


켈리 역의 백주연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도 쉽지 않고...켈리가 겉으로는 화려해보이고 모든 것을 다 가진 여자처럼 보이지만 내면은 굉장히 공허하다. 모두의 뒤통수를 치지 않냐"며 "외로운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연민도 생긴다. 자신의 욕망이 결핍으로 인한 욕망으로 표현되는 게 있어서 많이 아팠다"고 이야기했다.



김성수 음악 감독은 "여태까지 해왔던 작품들에 비해서 원곡을 손 댈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밝음과 어둠의 대비에 중점을 두며 드라마를 뒷받침하는데 최선을 다했다"며 "공연을 보는데 여러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다. 음악 넘버 개개인으로서의 기능보다 전체적인 작품에 음악이 어떤 역할 하는지 중점을 두고 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남우현은 "관객들한테 줄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 대부분 마음속에 큰 욕망과 야망이 있는데 그것을 감추고 살지 않나. 나도 이 극을 하면서 언제 이런 욕망과 야망을 가져 본적이 있었을까라며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 내가 이런 걸 감추고 살았구나. 내 자신에게 욕망을 표출할 수 있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알게 해줬다"며 "한번 보시면 잘 모를 수도 있다. 두 번, 세 번 보셔야 '아 이런게 욕망이 가득한 장면이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메피스토'는 다음달 28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HC홀에서 열린다.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제공


김상록 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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