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NO 일본’] “우리 아이 학교 ‘교표’에 일제 욱일기가?” 학부모들 욱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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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성북동에 있는 천가초등과 부산 남구 감만동 동항초등의 교표.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모양이 논란이 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부산 강서구 성북동에 있는 천가초등과 부산 남구 감만동 동항초등의 교표.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모양이 논란이 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부산의 일부 초등학교에서 일제 전범기를 연상시키는 교표가 사용되고 있어 교체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제 잔재라는 평가를 받는 교목과 교가를 없애거나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질 전망이다.

1930년대 개교 천가·동항초등

교표에 빨간색 해·햇살 ‘버젓이’

부산학부모 “2학기 전에 바꿔야”

해당 학교선 “교체 검토 중” 답변

日잔재 교목·교가 교체 목소리도

부산학부모연대는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부산 일부 학교의 교표를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1일 밝혔다. 일제강점기에 개교한 부산 강서구 성북동의 천가초등과 남구 감만동의 동항초등이 대표적으로 1931년 개교한 천가초등의 교표에는 파란 배경에 태양 주위로 퍼져 나가는 햇살이 빨갛게 그려져 있다. 1939년 개교한 동항초등 역시 교표 속 학교명 위에 떠오르는 빨간색 해와 햇살이 선명하다.

부산학부모연대 이정은 대표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가장 눈에 띄는 교표를 시작으로 학교에서 일제의 잔재를 없앨 필요가 있다”며 “빠른 논의를 통해 2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바꿀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 잔재라는 평가가 나오는 교목과 교가를 바꾸거나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전망이다. 부산 일부 학교에서 교목으로 지정된 히말라야시다(설송)와 가이즈카 향나무가 대표적 사례다. 히말라야시다는 일본이 3대 미수(美樹)로 꼽는 데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왔고, 가이즈카 향나무는 이토 히로부미가 1909년 조선을 찾아 기념식수 1호로 심었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또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이흥렬, 이항녕, 김성태, 김동진 등이 작곡한 교가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대표는 “교표뿐만 아니라 일제의 잔재로 평가받는 교목과 교가를 없애거나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며 “현재 그러한 교목이 있거나 교가를 사용하는 부산의 학교를 조사 중이다”고 밝혔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우선 두 초등학교는 교표 교체를 추진하거나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가초등 조훈 교감은 “1995년도 이전에는 교표가 드러난 학교 기록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충분히 욱일기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학교 내부에서 잠정적으로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인 만큼 곧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항초등 변상돈 교장은 “학교명이 ‘동쪽의 항구’라는 뜻을 가진 데다 1976년 이전 기록에는 교표가 드러나지 않아 일제의 영향을 받았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며 “충분히 오해는 할 수 있는 상황이라 교표 교체를 검토는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2017년에는 명륜초등, 2014년에는 민락초등이 욱일기가 연상되는 교표를 바꾼 사례가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교표뿐만 아니라 교가와 교목 등에 문제가 있으면 교체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팀 이창훈 장학사는 “교표를 교체하는 것은 학교가 민주 시민 교육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교가나 교목 교체 등에 대해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공문도 학교마다 보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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