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경고음] 미국발 ‘R의 공포’ 한국도 덮치나… 곳곳서 경기침체 적신호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미국에서 불거진 경기침체의 공포가 우리나라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려로 16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연합뉴스 미국에서 불거진 경기침체의 공포가 우리나라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려로 16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연합뉴스

미국에서 장기 국채와 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되면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비슷한 신호음이 들리면서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채권시장에서 3년물 국채와 10년물 국채의 금리차가 7.7bp(1bp는 0.01%)로 좁혀지면서 리먼 브러더스 파산 직전인 2008년 8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제조업 업황을 나타내는 PMI 지수는 기준치인 50 아래로 떨어졌고, 신규수출 주문은 2013년 8월 이후 가장 크게 감소했다.

미국 장기 국채·단기 국채 금리 역전

2008년 이후 최저수준 경기침체 우려

美 연준 ‘삼 지표’ 韓 침체 가능성 시사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역대 최저 기록

제조업 PMI 전월보다 떨어진 47.3

日 수출규제·美中 무역분쟁 등 여건 악화

■3년만기 국채 금리 사상 최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코노미스트가 고안한 경기침체 판단 지표 중에 ‘삼 지표’라는 게 있다. 실업률 추이로 경기 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인데, 이를 토대로 살펴보면 한국경제가 침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5~7월 실업률 평균은 4.0%이고 최근 12개월 실업률 최저는 3.7%로 30bp 차이다. 이 경우 현재 경기침체일 가능성이 40%다. 1년 전인 2018년 7월 기준으로는 삼 지표가 23bp로, 경기침체 가능성은 11%밖에 안됐다. 2년 전에는 13bp로 침체 가능성이 2%에 불과했다. 다만 이 지표는 미국과 우리나라 고용시장 여건이 다르다는 점에서 정확성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 추이는 최근 심상치 않다. 지난 16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우리나라에 채권 시장이 열린 이후 최저치인 연 1.172%로 하락해 마감했다. 3년 만기 국고채 역시 사상 최저인 1.095%로 하락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1.1% 이하로 떨어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 장단기 금리 차이는 7.7bp로 2008년 8월 12일 6.0bp를 기록한 이래 가장 작았다.

채권은 안정적인 투자처여서 투자금이 몰리면 금리가 떨어진다. 즉 위험자산을 피하고 안전자산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경기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또 통상 채권금리는 단기보다 장기물이 더 높다. 아무래도 미래에 대해선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향후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볼 때는 장단기 금리차가 줄고 심한 경우에는 역전 현상도 일어난다. 이에 따라 장단기 금리차 축소나 금리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도 여겨진다.

앞서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15일 10년물 금리가 장중 한때 1.619%까지 떨어지면서 2년물 금리(1.628%)를 밑돌았다. 이에 같은 날 뉴욕증시에서는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증시가 폭락했다.

■PMI 등 제조업 지표 악화일로

또 하나 어두운 지표가 있다. 정보제공업체 마킷이 집계한 한국 7월 제조업 PMI는 47.3으로 전월(47.5)보다 하락했다. PMI는 매달 기업의 구매 담당 임원에게 설문조사를 해 집계하는 경기 지표다. PMI가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 밑돌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그 결과, 특히 7월 신규 수출 주문은 2013년 8월 이후 가장 크게 줄었고 기업들이 9개월 연속 생산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경기 전망은 2012년 체감경기를 조사한 이래 처음으로 ‘부정적’으로 집계됐다고 마킷은 밝혔다. 이는 미중간 무역분쟁과 한일 무역갈등 등에 따른 수출 부진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0대 수출국가 중 기준치를 웃도는 곳은 미국(50.4)와 네덜란드(50.7)뿐이고 독일(43.2) 프랑스(49.7) 영국(48.0)은 모두 50을 밑돌았다.

다만 미국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데 대해 부정적 견해도 많다. 이는 최근 금리역전은 과거와 달리 장단기 금리가 모두 하락하면서 발생했고 최근 소비지표가 괜찮게 나오는 등 경제체력은 견고하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여건이 모두 악화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경기를 주도하는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진다면 우리나라에는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재정확장정책은 쓸 때만 괜찮고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 만큼, 규제완화와 기업 투자환경 개선 등 기본적인 것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