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맞벌이 정 씨 부부의 한 달살이 “내집 마련 대출금 상환 최대 부담”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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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2월 말 출산을 앞둔 정 모(29·수영구 광안동) 씨 부부. 예쁜 아기를 맞이할 생각에 가슴이 벅차면서도, 마음 한쪽이 꽉 막힌 듯 답답하다. 태아 보험, 아기 침대 등 용품 구매, 산후조리원 예약비 등 벌써부터 돈 쓸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산후조리원 예약금 등 특별 지출 더해져

총 수입 393만 원서 1만 4000원 남아

대출 있는 신혼부부, 출산·양육 부담 커

저출산·고령화 맞춤형 정책 마련 시급

‘맞벌이’ 정 씨 부부의 한 달 수입(세금 뺀 금액)은 393만 원. 이 중 매달 고정 지출비는 양쪽 보험비 45만 4000원, 아파트 대출 원금+이자 43만 원, 관리비 14만 2000원, 양쪽 휴대전화비 15만 8000원, 적금 50만 원, 인터넷비 3만 3000원, 양가 부모님 용돈 20만 원 등 모두 191만 7000원이다. 여기에다 식비 등 생활비, 부부 용돈, 교통비, 경조사비 등 지난 한 달 기본적인 비고정 지출 금액까지 합하면 총 지출액은 333만 1000원. 특히 지난달에는 산후조리원 예약금(전체 금액의 10%) 24만 원에 병원비 4만 5000원, 조카 돌잔치 등 특별 비고정 지출까지 더해져 남은 돈은 겨우 1만 4000원이었다.

정 씨는 “예상치 못한 산후조리원 예약금에 유모차 등 구입비도 미리 조금씩 준비해 둬야 해서 여름휴가도 10월로 미뤘다”면서 “출산 비용이나 산후도우미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데,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할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부산시의회 박민성 의원실에 따르면 가장 최근 조사 결과인 2017년 부산지역 신혼부부의 소득 평균은 4769만 원이다. 서울 6119만 원, 세종 5870만 원, 울산 5153만 원에 이어 광역·특별시 중 4번째로 높지만, 전국 평균(5011만 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부산 소득 평균에서 4대 보험, 세금 등을 빼면 실수령 월급은 350만 원 내외로 분석된다. 이를 정 씨 부부의 가계부 패턴에 대입할 경우, 적금 50만 원을 빼면 사실상 남는 돈이 없어지는 셈이다.

신혼부부의 ‘팍팍한 삶’은 신혼집 마련을 위한 대출이 시작점이다. KB부동산이 지난해 KB국민은행에서 주택대출을 받은 27~35세 신혼부부를 조사한 결과, 평균 전세자금 대출금이 1억 1000만 원이었다. 84.9%가 전세로 최초 신혼집을 마련했으며, 전세자금 대출 이자로 23만 원을 부담했다. 이렇게 이자를 제외하고 30만~40만 원씩 꾸준히 모아도 부산 도심에서 ‘내 집 마련’은 꿈과 같은 일이다. 부동산서베이 조사에 따르면 4인 가구 상대로 지어진 공급면적 99~132㎡ 미만 규모의 부산 아파트값은 평균 3억 3383만 원에 달한다. 어쩌면 높은 ‘P’(프리미엄, 부동산 매매 시 웃돈)를 노리고 신혼부부가 ‘로또’ 청약에 뛰어드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비친다.

신혼부부 이 모(36·기장군 정관읍) 씨는 “결국 신혼부부 가계부를 흔드는 건 주거비가 1순위”라며 “같은 값에도 명지신도시나 정관신도시, 경남 양산시 등에선 좋은 아파트에 살 수 있어, 도심지를 피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신혼부부의 이 같은 ‘빚’은 결국 출산을 방해하고, 지역사회 미래를 어둡게 한다. 맞벌이 부부가 당연시되면서, 경력단절과 가계부담을 이유로 출산을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출산을 하더라도 250만 원 내외의 산후조리원, 일주일에 55만 원 수준의 산후도우미 등 출산 이후 한 달간 비용만 많게는 400만 원 내외로 추산된다. 여기에 값비싼 아기 용품들까지 준비하려면 적금을 깨서라도 적잖은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신혼부부를 위한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 신혼집 마련 이자 혜택, 출산 비용 보전, 육아휴직 지원금 등을 확대해 경제적 부담을 확실하게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시의회 박민성 의원은 “예전 정상적이고 일반적이던 결혼과 출산이 이제는 하나의 ‘미션’처럼 여겨지고 있다”면서 “그만큼 우리 사회가 시민에게 큰 부담을 안겨준 것이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최적의 대안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청년복지 현장투어, 부산청년 부산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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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본부 정수원 PD 선우영 대학생 blueskyda2@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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