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부산국제영화제-여행] 이바구 숨어든 원도심, 바다 느끼며 ‘슬렁슬렁’

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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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산비탈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흰여울 문화마을은 바다와 골목이 어우러진 이색 풍경으로 영화의 촬영지로,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관광 시민사진기자 권기학 제공 가파른 산비탈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흰여울 문화마을은 바다와 골목이 어우러진 이색 풍경으로 영화의 촬영지로,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관광 시민사진기자 권기학 제공

영화의 바다에 풍덩 빠졌다면 잠깐이라도 짬을 내 부산의 원도심을 찾아보자. 피란민의 치열한 삶을 되돌아보는 ‘뉴트로’의 감성과 함께 산복도로 어디에서나 부산항과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골목과 시장, 해안가 등 발길 가는 곳마다 영화 촬영지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원도심 여행에서 누리는 소소한 행복이다.

산비탈 좁은 골목 작은 카페들

영도 흰여울 문화마을 조망 압권

영도 대평동 깡깡이 예술마을

벽화·조형물 속 아픈 역사 공감

원도심 어르신들의 ‘스토리 투어’

유명 카페 즐기는 모바일 티켓 인기

흰여울 문화마을의 골목길 모습. 흰여울 문화마을의 골목길 모습.

영도 흰여울 문화마을

영도는 부산에서도 바다를 가장 가까이,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흰여울 문화마을은 탁 트인 조망과 아름다운 노을 풍경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흰여울이라는 이름은 봉래산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골목을 따라 바다로 굽이쳐 내릴 때 하얗게 물살이 이는 모습에서 따왔다. 한국의 산토리니, 부산의 친퀘테레로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특히 옹기종기 모인 집들과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되는 좁은 골목길이 매력적이다.

흰여울마을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버스를 타고 부산보건고등학교에서 내린 후 계단을 내려가 절영해안산책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절영해안산책로에는 맏머리계단, 무지개계단, 피아노계단 등이 중간중간에 자리잡고 흰여울마을과 연결된다. 최근 새로 뚫은 해안터널은 내부 조명과 이색 미디어아트로 젊은이들 사이에 새 명소로 자리 잡았다.

흰여울마을 안에는 가파른 산비탈에 기대어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고, 바다를 바라보며 차 한 잔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카페들도 군데군데 찾을 수 있다. 골목길을 따라가면 갈매기 조형물과 물빛 타일 장식, 흰여울을 그린 바닥그림 등이 운치를 더해준다.

영화 ‘변호인’(2013) 촬영지는 사람들이 꼭 찾아 사진을 찍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범죄와의 전쟁’(2012)도 이곳 흰여울마을에서 촬영했다. 바다와 골목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풍경에다가 워낙 골목이 많아 누구든지 한번 숨어들면 경찰이 잡기를 포기하던 곳이었다는 주민들의 얘기가 제작팀의 의도와도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예술과 산업, 스토리를 담은 깡깡이마을. 예술과 산업, 스토리를 담은 깡깡이마을.

영도 깡깡이마을

영도대교를 건너면 바로 오른쪽에 자리 잡은 곳이 대평동의 깡깡이마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조선소인 다나카 조선소가 설립된 조선소의 발상지이자 1970~1980년대에는 수리조선업의 메카로 명성을 떨쳤다. 수리조선소에 배가 들어오면 망치로 뱃전에 붙은 녹과 조개껍데기를 떼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하는데, 이때 ‘깡깡’ 소리가 난다. 깡깡이마을이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왔다.

깡깡이 작업은 주로 바다에서 남편을 잃거나 한국전쟁 당시 피란길에 가족과 헤어진 중년 여자들의 몫이었다. 깡깡이마을을 둘러보면 당시의 작업 모습을 담은 사진과 벽화들이 시대의 아픔을 드러내 보인다.

1980년대 이후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대평동은 2015년 부산시 예술상상마을 공모에 선정되면서 깡깡이 예술마을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됐다. 해안가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지역주민과 예술가가 힘을 합해 만든 벽화와 조형물, 쌈지공원 등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자갈치와 대평동을 이어주던 도선이 운행하던 옛 영도도선장 자리에는 깡깡이 안내센터와 ‘신기한 선박체험관’이 들어서 있다. 예인선을 활용해 만들어진 선박체험관에서는 예술가의 다양한 상상을 엿볼 수 있다. 바다정원으로 꾸며져 있어 마을의 선상 공원 역할까지 한다.

깡깡이마을을 가기 위해 건너는 영도대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연륙교이자 유일한 도개교다. 영화 ‘국제시장’(2014),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2017)에 주요 배경으로 나왔다.

할배·할매와 원도심 스토리 투어

부산의 원도심을 있는 그대로 알고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부산 원도심 스토리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가 중구, 영도구 등 부산 원도심 지역의 근대역사 문화 자원과 먹거리, 볼거리 등을 연계해서 만든 골목투어 코스다.

영도다리 건너 깡깡이길을 걷다, 흰여울마을을 만나다, 용두산 올라 부산포를 바라보다, 이바구길 걷다, 국제시장 기웃거리다, 응답하라 피란수도 1023, 수영의 시간을 건너다 등 7개 코스가 마련돼 있다. 토·일요일 오후 1시에 정기투어가 진행되며, 평일에는 원하는 시간대에 수시투어를 신청할 수 있다.

이 지역에서 청춘을 보낸 ‘이야기 할배·할매’가 동백꽃을 달고 원도심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스토리텔러로 활동한다. 이야기 할배·할매의 안내 덕분에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 됐다며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원도심 스토리투어에 참가하려면 부산관광공사 홈페이지(https://bto.or.kr)에서 예약을 해야 한다. 정기투어는 1주일 전까지, 수시투어는 3일 전까지 신청하면 된다. 이용자에게는 스탬프북이 제공되며, 스탬프 개수에 따라 흑백사진관 이용권, 부산영화체험박물관 입장권 등이 선물로 주어진다.

산복도로 패스, 만원의 행복

산복도로 패스는 영도구와 동구 일대의 원도심에 있는 카페에서 다양한 메뉴를 교환할 수 있는 모바일 티켓이다. 부산관광공사와 여행 애플리케이션인 ‘야놀자’가 함께 출시했다. 야놀자에서 ‘부산 산복도로 패스’(1만 900원)를 구매하면 48시간 이내에 정해진 7곳의 가게 중 3곳에서 정해진 메뉴를 먹을 수 있다. 48시간은 패스를 처음 사용한 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가장 비싼 메뉴 3가지의 가격을 더하면 1만 8500원으로 최대 41%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7곳의 식음료 가게, 카페는 여행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곳이며, 제공하는 메뉴도 대표 품목이어서 만족도가 높다. 다양한 어묵과 크로켓을 맛볼 수 있는 동구의 영진어묵 공감카페,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목조 건물인 동구의 문화공감 수정이 인기다.

글·사진=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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