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부산국제영화제-촬영지 부산] ‘아낌없이 주련다’·‘올드보이’… 명작의 무대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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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목 감독의 ‘아낌없이 주련다’ 유현목 감독의 ‘아낌없이 주련다’

수많은 영화가 부산에서 촬영되고 있다. 한국영화뿐만 아니라 심지어 마블의 ‘블랙팬서’ 같은 외화도 부산을 배경으로 촬영되기도 한다. 영화 제작자들이 부산을 촬영지로 애용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한국영화 초창기부터 부산에서 촬영되는 영화들이 꽤 많았다. 부산은 산과 바다, 도시가 어우러져 다양한 배경으로 영화 촬영이 가능하고 독특한 항구 도시의 문화까지 스며 있어, 제작자 입장에서는 꽤 매력적인 영화 촬영지다. 지난 수십 년 동안의 한국영화를 살펴보면, 부산이 단순히 배경이 되는 것을 넘어 아예 영화의 한 축이 되는 작품들도 꽤 찾을 수 있다.

1950~1960 시작기

6·25전쟁 중에도 영화는 계속 제작됐다. 영화 제작자들은 피란 수도 부산에서 집결했고, 이 시기 영화들은 상당수 부산에서 제작되고 촬영됐다. 신경균 감독의 ‘삼천만의 꽃다발’(1951), 국방부 정훈국 제작 ‘정의의 진격’(1952), 윤봉춘의 ‘성불사’(1952) 등이 대표적이다.

휴전 뒤 다시 제작사들은 서울로 옮겨갔지만, 부산은 영화 촬영지로 인기를 계속 누렸다. 이규환의 ‘춘향전’(1955)은 전국 흥행에 성공한 부산 로케이션 영화의 첫 주자로, 사극 영화의 붐을 일으켰다. 윤봉춘의 ‘논개’(1956), 박상호의 ‘낭만 열차’(1959) 등도 1950년대 부산 로케이션 영화로 유명하다.

1960년대엔 한국영화도 양적 성장을 하고, 부산도 로케이션 촬영지로 입지를 굳혀갔다. 유현목 감독의 ‘아낌없이 주련다’(1962)가 대표적이다. 주연 신성일을 일약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로, 부산에서 만나 20대 청년과 바(Bar) 마담의 애절한 로맨스를 그렸다. 사하구 다대포를 중심으로 부산에서 전체 촬영이 이뤄졌다. 이 밖에도 엄신호 감독의 ‘이별의 부산 정거장’(1961), 신경균 감독의 ‘마도로스 박’ 등의 화제작이 부산에서 촬영됐다.

1970~1980 침체기

유현목 감독의 ‘사람의 아들’ 유현목 감독의 ‘사람의 아들’

1970년대는 군사정부 여파로 영화 산업이 위축되고 영화의 질도 전반적으로 떨어지던 시기다. 이런 분위기는 1980년대에도 이어졌다. 덩달아 부산 로케이션 영화도 그리 많지 않았다.

1970년대엔 1971년에 제작된 ‘눈물 젖은 부산항’, ‘황혼의 제3 부두’, ‘항구의 제3 부두’ 3편이 유명하다. 하지만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도, 항구 도시 이미지만 빌렸을 뿐 지역적 특성을 담은 영화는 아니었다. 1980년대엔 유현목 감독의 ‘사람의 아들’(1980), 이경태 감독의 ‘불새’(1980) 등이 촬영됐다.

하지만 역시 부산의 정서적 특성을 담은 영화는 드물었다.

1990~2000 본격화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19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영화계의 부산 로케이션 바람이 활발해진다. 특히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개최와 맞물려 부산은 영화 찍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져, 웬만한 영화들은 부산을 거쳐 가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는 2000년대에 더욱 가속화된다. 2001년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가 13편이었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지만 2005년엔 30편으로, 촬영 편수가 5년 새 2배 넘게 늘어난다. 2009년엔 한국 전체 장편 영화의 40%가 넘는 작품이 부산 로케이션 영화였다.

1990년대엔 박광수 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 강제규 감독의 ‘은행나무 침대’ 등 명작이 부산에서 많이 촬영됐다. 그중에서 곽경택 감독의 ‘억수탕’(1997)은 부산의 토착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었다.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는 중구 중앙동에서 촬영된 비 오는 날 암살 장면이 너무 강렬한 인상을 남겨 배경이 된 40계단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는 계기가 됐다.

곽경택 감독의 ‘친구’ 곽경택 감독의 ‘친구’

2000년대엔 너무 많은 영화가 부산에서 촬영돼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부터 이창동 감독의 ‘밀양’까지, 스릴러·코메디·멜로·드라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화들이 부산을 거쳐 갔다. ‘올드보이’가 개봉한 뒤엔 극중 최민식이 먹던 군만두를 찾아 동구 상해거리로 사람들이 몰리기도 했다.

곽경택 감독의 ‘친구’(2001)는 부산의 삶을 전면을 내세워 흥행에 성공한 영화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2009)와 이성환 감독의 ‘바람’(2009)도 부산의 지역성을 담아내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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