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부일영화상 심사평] 윤성은 영화평론가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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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한국영화사 길이 남을 걸작, 여섯 개 부문 수상 무리 없다

영화가 예술이냐 아니냐를 논하던 시대에는 연출가의 역량이 영화의 완성도에 얼마나 기여하느냐 하는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영화의 예술성을 부인하는 이들은 영화가 공동작업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영화가 예술이라면 예술가, 즉 감독 한 사람의 재능과 역할이 영화 전반의 질을 좌우해야 하지만, 실상은 영화 작업에 참여하는 수많은 스태프와 연기자들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영화라는 매체가 탄생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얘기다.

고전적 담론을 소개하며 심사평을 시작한 것은 ‘기생충’ 때문이다. 올해 부일영화상에서 ‘기생충’은 유현목영화예술상과 남녀 인기스타상을 제외한 13개 시상 부문에서 10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본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도 올해 가장 뛰어난 작품이 ‘기생충’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기술상부터 논의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제일 마지막 심사 부문이었던 최우수작품상은 일찌감치 정해져 있던 셈이다. 그러나 ‘기생충’은 훨씬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 수상자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영화를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으로 완성한 봉준호 감독의 연출적 장악력을 부문별 후보자들의 기여도와 구분해서 가늠해야 했기 때문이다.

심사는 여느 해보다 훨씬 길어졌고, 열띤 토의 끝에 ‘기생충’은 최우수작품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영화상의 목표 중 하나가 그해에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수작을 발굴하고 격려하는데 있다는 것은 심사위원단도 주지했던 바이다. 그러나 ‘기생충’의 경우 비단 지난 1년간이 아니라 앞으로 한국영화사를 기술할 때 반드시 언급되어야 할 만한 걸작이므로 여섯 개 부문에 상을 수여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결정이었다.

감독상은 치밀한 각본과 더불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살인자와 형사 캐릭터가 기존 범죄 스릴러 장르의 관습에서 한 단계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은 ‘암수살인’의 김태균 감독에게 돌아갔다. ‘죄 많은 소녀’의 전여빈, ‘살아남은 아이’의 성유빈은 공교롭게도 둘 다 친구의 죽음을 경험한 10대들의 죄의식과 불안한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내 신인연기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죄 많은 소녀’는 신인감독상(김의석)까지 받았다. ‘강변호텔’에서 시인이 이유 없이 느끼는 죽음의 강박을 담백하게 보여 준 기주봉, ‘생일’에서 아이 잃은 어머니의 심정을 완숙하게 연기한 전도연이 각각 올해 남녀주연상을 수상했다. 유현목 영화예술상은 한국영화평론계를 이끌어 온 비평가이자 최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영화 예술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연출 작업을 해 오고 있는 영화감독, 정성일이 선정됐다.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2019년 10월, 자격이 충분한 부일영화상 수상자들의 면면에서 그 의미를 한번 더 되새겨 본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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