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m 복도 아파트 문제 없다” 결국 허가 내준 동구청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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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타는 민원, 나몰라라 불통행정]

부산지역 한 신축 아파트의 좁은 복도 탓에 두 집의 현관문이 부딪칠 정도여서 재시공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입주예정자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문 개방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는 모습. 입주예정자 제공 부산지역 한 신축 아파트의 좁은 복도 탓에 두 집의 현관문이 부딪칠 정도여서 재시공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입주예정자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문 개방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는 모습. 입주예정자 제공

속보=1m를 간신히 넘는 좁은 복도로 논란이 된 부산 동구 초량동 신축 A아파트(부산일보 2일 자 2면 보도) 착공 당시, 동구청이 문제가 된 복도 폭을 점검하지 않고 착공허가를 내준 사실이 드러났다.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시정명령이 완료됐다는 이유로 동구청은 결국 A아파트에 대해 준공허가까지 내줬다. 입주 예정자들은 입주민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동구청과 시공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철판 벽은 안전점검 대상 아냐”

졸속 재시공 안전도 고려 안 해

착공 때는 복도 너비 확인 안 해

입주예정자 “구청 안전불감 극치”


2016년 3월 A아파트 착공 허가 당시 동구청은 논란이 된 복도 폭을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사가 설계도면에 해당 복도 폭을 명시하지 않았고, 동구청은 정확한 폭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 동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3일 “전체적인 사안을 살피느라 해당 복도 폭은 설계도면을 받았을 당시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구청이 착공허가 검토 때 해당 문제를 포착했다면, 재시공까지 가며 입주 예정자들이 불편을 겪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

여기다 동구청은 J사가 문제가 된 복도 폭을 늘려 시정명령을 완료했다는 이유로 A아파트의 준공 허가를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입주예정자들은 2주 만에 재시공된 벽에 대한 안전점검도 이뤄지지 않은 만큼 불합리한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구청은 해당 벽이 철근이 박힌 콘크리트로 이뤄진 벽이 아닌 관련 설비가 들어가 있는 ‘철판’으로 이뤄진 벽이라는 이유로 안전점검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전체 구조물의 힘을 받는 철근이 박힌 콘크리트 벽인 경우 ‘건축허가 기술사’의 ‘구조안전확인’을 받는다”며 “이미 해당 벽은 구조안전확인 대상이 아니라는 시공사의 감리 결과를 받았기 때문에 따로 안전점검을 실시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급하게 이뤄진 재시공에 대한 불안이 가중된 가운데 안전점검까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구청의 안전 불감증과 시민을 무시한 행정편의적 태도에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한 입주예정자는 “누구에게는 전 재산을 털어서 산 집일 수 있다. 여기에 복도가 1m 남짓 하고 문을 열면 주민이 다칠 수도 있는 상황에다 벽면을 뜯어서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구청이 준공허가를 내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반드시 동구청의 책임을 묻겠다”고 비난했다.

특히 복도 폭 기준이 애매한 데도 동구청이 이를 자의적으로 판단했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해당 아파트처럼 ‘ㄱ’형의 복도에 대한 기준은 건축법상 명확히 명시돼 있지 않아 유권해석이 필요한 사항이다. 건축법 제49조에 따르면 복도에 한 세대가 있을 경우는 복도 폭의 기준을 편복도(1.2m 이상)로, 복도를 기준으로 양옆에 출입문이 있는 경우 양복도(1.8m 이상)를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세대는 ‘ㄱ’ 자 형태로 배치돼 해당 법에 대한 유권해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동구청은 상부기관에 유권해석을 맡기지 않고 비슷한 사례를 참고한 후 해당 아파트 복도 폭 기준을 ‘편복도’(1.2m)로 단정지었다. 건축 업계 관계자는 “통상 법 해석에 의문이 있는 경우는 상부기관인 법제처나 국토교통부에 유권해석을 맡긴다”며 “늦어도 2주 안에는 답을 받을 수 있는데, 업체 입장만 생각해서 준공을 바로 내준 것은 분명 시민이 아니라 업체 편에서 일을 처리한 것이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주예정자 대책위는 단체행동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대책위 측은 “법과 업체 요구에 매달려 시민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며 “항의 방문부터 시작해 동구청을 상대로 강도 높은 항의를 이어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6일 동구청은 입주 예정인 A아파트 복도 폭이 건축법상 최소 규정에 못 미치는 1.12m인 것을 발견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J사는 급히 재시공에 착수해 같은 달 22일 작업을 완료했지만, 시정 후에도 ‘ㄱ’자로 배치된 두 집이 동시에 문을 열면 문이 부딪칠 정도로 복도가 좁아 입주예정자와 시공사 측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박혜랑 기자 rang@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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