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뭉칫돈 유턴, 부산 부동산 시장 또 흔드나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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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부동산 대책 후폭풍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보유, 양도 등 전방위에 걸쳐 수도권에 대한 규제가 강화하면서 안정세를 찾아가던 지역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부산일보 DB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보유, 양도 등 전방위에 걸쳐 수도권에 대한 규제가 강화하면서 안정세를 찾아가던 지역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부산일보 DB

서울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으로 회복세에 들어간 부산 부동산 시장이 다시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퇴로가 막힌 서울의 투기 세력들이 이번 규제를 비켜간 부산으로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수도권의 일반 투자자들까지 부산을 ‘에셋 파킹(자산을 안전한 곳에 투자하는 것)’을 위한 대체 투자처로 삼아 ‘자금 엑소더스’에 나설 공산이 커 부동산 시장 교란과 이상 과열 등 추가 폐해가 우려되고 있다.


‘서울 집값과 전쟁’ 투자자 퇴로 막혀

규제 비켜간 부산, 대체 투자처 부상


외지인 대규모 매물 확보 기대감에

해·수·동 아파트 값 수억 원씩 급등

시장 과열 땐 추가 규제 대책 나올 듯


■부산으로 눈 돌리는 외지인들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은 각종 규제를 총망라한 초유의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규제의 강도에서는 역대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에서는 집을 사기도, 갖고 있기도, 팔기도 어렵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가장 강력한 건 대출 규제다. 서울 등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는 17일부터 시세 15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살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원천 차단된다. 시가 9억 원 초과, 15억 원 이하 주택은 대출 한도가 축소된다. “현금 부자가 아니면 서울에서 집 살 생각을 하지 말라는 거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대책은 서울 등 수도권의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타깃으로 한다. 따라서 비규제지역인 부산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풍선 효과’다. 부동산업계에선 서울 부동산에 투자하려던 이들이 규제가 없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부산으로 뭉칫돈을 싸 들고 몰려들 것이라 본다. 서울 매물 잠김현상으로 거래 절벽에 부딪힌 이들도 대거 남하 행렬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12억 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축소된 대출 한도를 적용하면 4억 2000만 원(9억 원의 40%+3억 원의 20%)까지 빌릴 수 있어 자금 7억 8000만 원을 갖고 있어야 있다. 반면 해운대의 12억 원짜리 아파트 구입 때는 7억 2000만 원(2주택자 기준 60%)을 대출받을 수 있어 4억 8000만 원만 있어도 집을 살 수 있다. 서울에 비하면 절반의 투자금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어 부산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부산 출신으로 서울에서 자리를 잡은 A 씨는 “서울 마포구에 14억 원짜리 아파트를 대출을 끼고 구입할까 고려했는데, 이번 조치로 대출받을 길이 막막해져 당분간 전세로 살아야 할 것 같다”며 “이참에 장기 투자용으로 유망한 부산의 재건축 아파트를 사는 것도 좋겠다 생각돼 현지 중개업소 등에 매물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 또 규제 그림자 드리우나

부산은 지난달 청약조정지역에서 해제된 이후 해운대·수영·동래의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한 달 새 아파트 가격이 수억 원씩 급등하고 매물이 사라지는 등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는 조정대상지역 해제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감에 서울 등 외지 투자자들이 ‘관광버스 원정 쇼핑’으로 시장에 불을 지피고, 지역 내 투자자들이 추격 매물 확보에 가세하면서 전체적인 아파트 가격 상승을 견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감정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거래현황에 따르면 10월 외지인의 부산지역 원정 투자는 508건으로, 정부 규제 여파로 최저치를 찍었던 1월 242건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 거래는 대부분 해수동과 남구 등에 집중됐다. 이 수치는 11월 집계에서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12·16 부동산 대책’으로 막다른 길에 몰린 서울의 투기 세력과 일반 투자자들의 대규모 유동자금이 부산으로 몰려들 경우 부산 부동산 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3년간 극심한 침체를 겪다가 최근 들어 간신히 회복세로 돌아선 부산 부동산시장이 외지 세력의 시장 교란 행위로 조정대상지역 재지정 등 또다시 규제 충격파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벌써부터 정부 안팎에서는 조정대상지역 해제 후 부산 부동산값 상승세를 심상치 않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필요하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추가적인 종합대책을 내놓겠다”며 추가 압박 카드를 시사했다.

영산대 서성수 부동산학과장은 “이번 조치로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외지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개발 호재가 많아 가격 상승 여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부산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외지 투자자가 몰리면서 시장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정부 특성상 규제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추격 매수에 나선 지역의 실수요자들만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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