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만 찍으면 되는데 재검증?…명지 랭커스터대 물 건너가나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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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커스터대 예정 부지인 명지국제신도시. 부산일보 DB 랭커스터대 예정 부지인 명지국제신도시. 부산일보 DB

부산시가 명지국제신도시 내 영국 랭커스터대 유치 발표 3년 만에 실질적인 협약 체결만 남겨둔 시점에서 새삼 설립 타당성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지역 대학에 미칠 여파와 지속 가능성을 따져보겠다는 것인데 결과에 따라 설립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시는 다음 달 부산연구원을 통해 랭커스터대 부산캠퍼스 설립에 대한 자체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다고 22일 밝혔다.


명지국제신도시 내 유치 위해

가까스로 실행협약 협상 끝내

지역대학 위기·운영비 부담에

부산시 돌연 “타당성 조사” 발표


앞서 시는 랭커스터대와 세부 실행협약(MOA)안 문구를 두고 1년에 걸친 줄다리기 협상을 벌인 끝에 지난달 협상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2017년 3월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3년 만에 법적 구속력을 갖는 실행협약을 체결하고 설립 준비에 들어가는 수순이었다.

랭커스터대 부산캠퍼스 유치는 명지글로벌캠퍼스 조성 사업 1단계로 추진됐다. 2018년 산업자원부 전문가 심의와 교육부 검토를 거쳤고, 그 해 12월 설립준비비와 건축비로 국비 예산 26억 원도 확보했다. 시도 설립준비비 시비 매칭 예산 중 3억 원을 지난해 이미 편성했다.

시가 협약 체결을 목전에 두고 타당성 조사를 들고 나온 이유는 대학 안팎의 환경 변화 때문이다.

시는 2015년 10월 이미 부산연구원을 통해 명지국제신도시 내 글로벌캠퍼스 조성 사업 전반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했다. 그러나 유치 초기와 비교해 지역의 상황이 달라졌다.

가장 큰 배경은 지역 대학의 위기다. 시는 부산에 대학 숫자가 많은데다 학생 수 감소로 지역 대학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설립 준비가 시작되기 전에 지역 대학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회계, 경영 등 개설학과가 지역 대학과 중복되는 문제도 있었다.

설립이 확정될 경우 막대한 운영비가 지원된다는 것도 이유다. 산자부 외국교육기관 유치지원 국고보조사업 운용요령 따르면 실행협약을 체결하고 나면 국·시비 매칭으로 설립준비비 12억 원이, 개교 이후에는 초기 운영비와 시설 운영비 명목으로 최대 7년간 198억 원이 대학에 지원된다. 대학이 목표 충원율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시가 적자 보전을 위해 연간 최대 30억 원을 지원해야 한다는 계산도 나와있다.

시는 다음달부터 3개월간 타당성 조사를 마친 뒤 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결과에 따라 랭커스터대 측에 지역 대학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하거나 유치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시는 새로운 외국 대학 유치에 나서야 한다.

랭커스터대도 이달 말로 다가온 브렉시트의 여파로 대학 운영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시의 타당성 조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독일 프리드리히알렉산더대(FAU) 철수 전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자립 운영 가능성을 따져보고 지역 대학의 우려도 충분히 수렴해 명지글로벌캠퍼스 사업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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