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부산 떠나가나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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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시어(市魚) 고등어가 부산을 떠나려 하고 있다. 전국 고등어 유통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부산의 대형선망수협 선단 일부가 부산 외 지역에 고등어 위판을 추진한다. 부산에서 위판되던 고등어가 타 지역으로 분산 위판될 경우, 부산 고등어의 경쟁력 하락으로 자칫 가뜩이나 힘든 부산 수산업 위기가 더 고조될 수도 있다.


부산 대형선망수협 선단 일부

전남 장흥에 고등어 하역항 제안

수도권 운송 시간 등 부산 불리

고등어 위판 독점 지위 상실 우려


4일 전남 장흥군청에 따르면, 지난해말 복수의 부산 대형선망 선단이 장흥군과 접촉해 장흥군의 고등어 하역항 유치에 대해 제안했고, 이후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형선망수협 측 역시 “일부 선단에서 장흥군을 방문해 그와 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선단이 개별적으로 새로운 위판지를 찾는 것을 수협이 관여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장흥군청은 세월호 사태 이후 제주를 오가던 여객선 중단으로 사실상 기능이 중단된 군내 노력도 노력항에 고등어 위판장을 추진한다. 더불어 정부의 ‘수산물 산지거점유통센터 조성 사업’을 활용, 정부 지원(국비 40%, 지방비 30%)을 통해 고등어 위판장 유치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장흥군청은 이달 하순께 부산공동어시장을 방문해 위판장 기반시설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지금껏 경남과 전남 일부 지자체에서 대형선망 선단의 고등어 위판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선단이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직접 지자체에 연락해 구체적인 내용을 상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대형선망 선단의 이러한 역외 고등어 위판장 추진 계획은 부산의 고등어 위판 처리 물량 감소 가능성과 겹쳐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로 ‘바닥 경매’ 대신 선별기 사용 등 위생적인 위판 시설이 들어설 경우, 현재 하루 최대 약 10만 상자를 위판하던 양이 3분의 2 이하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수협 측의 설명이다. 성어기 물량을 부산공동어시장만으로는 소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남 지역에서 고등어를 위판하게 되면 부산의 고등어 위판 독점 지위 상실은 물론 타 지역과의 경쟁력 우위에서도 뒤질 수 있다. 특히 가공이 아닌 당일 소비 물량의 경우, 주 어획지인 제주도 인근에서 하역항까지의 거리, 하역항에서 주 소비지인 수도권과의 교통 인프라 등을 고려할 때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부산이 전남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선망 선단들이 부산에 남을 수 있도록 대형선망수협에서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며 “부산공동어시장의 주인임을 강조하는 수협이 공동어시장 물량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종열 기자 bell10@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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