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도 못했는데 두 달치 수업료 한꺼번에 내라?”…부산도 사립유치원 갈등 폭발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강서구 B사립유치원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 국민청원 게시판 화면 캡처 부산 강서구 B사립유치원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 국민청원 게시판 화면 캡처

A(40·강서구 명지동) 씨는 18일 자녀가 등록한 B사립유치원으로부터 문자와 전화를 받았다. 유치원 운영위원회 임시회 결과에 따라 개인 부담금인 3, 4월 두 달치 수업료를 한꺼번에 내야 한다는 통보였다. 문자에는 별다른 설명 없이 ‘2020학년도 수익자 부담금 납부 동의서’ ‘유치원운영위원회집회 공고’ 등이 첨부됐다.

3월은 등원 자체를 하지 않았고, 4월 초 개학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업료 40여만 원을 요구받자 A 씨는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어찌 됐든 자녀가 1년간 있어야 할 유치원이다 보니, 밉보일 것을 우려해 별다른 항의를 하지 못했다. 유치원 측은 각 학부모에게 3월은 코로나19 사태로 등원하지 않았으니, 식비와 차량비 등 7만 원은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선생님들 월급과 유치원 운영비를 내야 해 추가 삭감은 어렵다는 것이다.

A 씨는 “일부 유치원은 3월 학비를 면제하거나 삭감하던데, B유치원은 3월 입학식과 수업이 모두 무산된 상황에서 너무 과다한 수업료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아무런 설명회도 없이 어물쩍 이 사태를 넘어가려는 유치원 태도에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 강서구 인터넷 ‘맘카페’에는 B유치원을 성토하는 글이 줄 잇고 있다. “많은 맞벌이 직장인이 가족돌봄휴가, 무급 휴가 등으로 급여가 줄고 있는데, 왜 선생님들은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않는데도 월급을 전부 받는가” “3개월 치 정부 보조금까지 다 받았으면서, 개인 분담금까지 요구하느냐” 등이다. 19일에는 이와 관련한 학부모의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된 상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립유치원과 학부모의 ‘수업료 갈등’이 이처럼 부산에서도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립유치원은 정부의 ‘누리과정 지원금’을 제외하고 학부모들에게서 수업료, 특별활동비, 급식비 등 ‘학부모 분담금’을 별도로 받는다. 해당 활동을 하지 않으면 돌려줘야 하는 다른 분담금과 달리, 수업료는 휴원해도 반환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상태다.

특히 사립유치원 학비는 관련 법에 따라 해당 유치원이 전적으로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평소 수준의 수업료를 요구해도 학부모나 시교육청 등 교육 당국이 손 쓸 수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현재 부산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이같은 수업료 갈등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유치원 측에서는 학부모들에게 기존처럼 등원하지 않지만 긴급 돌봄, 수업 준비 등이 이뤄지고 있어 인건비와 고정지출금이 발생한다며 반박하고 있다.

한편 18일 교육부는 학부모 수업료 부담 등을 덜기 위해 추경예산 2872억 원 중 320억 원을 유치원 운영 한시 지원 예산으로 신규 편성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