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세상을 향한 질문… 실천으로 이어져야”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인디고서원이 지난해 6월 F1963에서 개최한 ‘2019 특별 정세청세-대한민국 청소년, 부산 바다를 구해 줘’ 행사. 인디고서원 제공 인디고서원이 지난해 6월 F1963에서 개최한 ‘2019 특별 정세청세-대한민국 청소년, 부산 바다를 구해 줘’ 행사. 인디고서원 제공

지난 3월 28일 기준 코로나19로 전 세계 181개국에서 휴교령을 내렸다. 전체학생의 약 89%인 15억 4000만 명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학교 폐쇄의 규모와 속도는 교육에 유례없는 도전”이라고 발표했다.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최대 위기인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삶을 뿌리부터 흔들어 놓았다. 그야말로 전 지구적인 대전환의 시대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위험에 빠진 급박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가르쳐야 할까? 과연 진정한 공부란 무엇일까?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인 인디고서원(부산 수영구 남천동)이 코로나 시대를 맞아 새로운 교육 해법을 모색한 〈공부는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다〉(작은 사진·궁리출판)를 펴냈다. 허아람 대표가 총괄 기획했고 이윤영 실장, 박용준 국제프로젝트팀장, 유진재 청소년교육팀장, 정다은 어린이교육팀장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공부는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다’

인디고서원 정체성 담은 책 출간


대전환 시대 새 교육 해법 모색

‘인간성 회복과 연대 의식’ 강조


책에는 지난 16년 동안 책 읽기를 통해 세상의 소외되고 그늘진 곳을 직시하고 새로운 시대의 윤리적 가치를 찾고자 노력해 온 인디고서원의 정체성이 오롯이 담겼다. 인간다운 삶에 대한 고민,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이해,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의지를 담은 인문 공부가 쓸모 있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함을 역설한다. 바이러스가 휩쓴 시대에서 가장 중요하고 쓸모 있는 능력은 생명에 대한 존중, 사랑, 배려, 친절과 같은 인류의 오래되고 보편적 가치라고 전한다.

이번에 나온 책을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청소년에게 추천하는 책 60권과 영화 15편을 보며 토론할 질문도 실었다. 인디고서원의 인문학 수업에 참여한 청소년과 청소년 인문 교양지 〈인디고잉〉 기자들의 글도 실었다.

책의 큰 줄기는 ‘공부가 대학에 가기 위한 길이고 돈 잘 버는 직업을 갖게 하는 일이며 오직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서 쓰이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 공부는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이고 세상을 향한 질문이며 모두에게 이로운 혁명이다’로 요약된다.

예를 들어 ‘깨어 있는 시민을 기르는 삶을 위한 교육’ 편에서는 영화 ‘레 미제라블’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와 후속편인 〈눈뜬 자들의 도시〉가 언급된다. 영화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은 성인의 삶을 살지만, 고통받는 프랑스 민중이 처해 있는 구조적 모순에는 눈을 뜨지 못했다. 눈이 멀어 가면서 나타나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적나라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한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는 단 한 명의 ‘눈뜬 자’로 백색병에 걸리지 않은 의사의 아내가 나온다. 그가 극악한 짓을 일삼는 약탈 집단의 우두머리를 죽이고 사랑으로 이뤄진 작은 공동체를 만들자 사람들의 눈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이들 작품에서 ‘눈이 머는 것’은 타인에 대한 책임, 배려와 같은 인간적인 가치의 상실을 뜻하거나, 부와 권력을 차지한 소수가 대다수를 지배하는 사회 자체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인식의 부재를 뜻한다. 필자들은 “시대의 구조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다시 사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8년간 이어진 시리아 전쟁으로 고통받은 도시인 다라야의 청년들이 만든 지하 비밀 도서관 사례도 인상적이다. 그곳은 책 읽기가 인간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임을 보여 주는 공간이다. 청년들은 쏟아지는 폭격 속에서 가만히 두려움에 떨지 않고 책 읽기를 통해 적극적으로 저항했다. 필자들은 한국에도 지하 비밀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공간은 나만 잘 살아남기 위한 경쟁 교육을 넘어선 공존과 공감과 공생을 위한 진정한 민주교육의 공간이다. 모든 교육 공간이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처럼 인간성을 지키기 위한 공간이 될 때까지 한국 사회의 교육 혁명이 이어져야 함을 역설한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힘은 교육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필요한 역량은 인간성 회복과 연대 의식 고취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경쟁하고 서로 짓밟는 시스템 속에 있다. 이 안에서 나를 돌아볼 수 없고 세상에 질문도 던지지 못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절박한 질문을 책에 담았다.” 이윤영 실장의 이 말이 깊은 여운을 준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