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흰곰과 함께하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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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공연예술팀장

메두사에게 딸이 생겼다. “너는 나의 진주야. 내가 너의 조가비가 되어 줄게.” 메두사는 소중한 딸 이리제를 머리카락 속에 가둬 키우고, 학교도 보내지 않는다. 메두사는 딸에게 자신의 모든 시간을 쏟았지만 이리제는 날마다 창문 밖에서 노는 아이들을 바라봤다. 한숨 쉬는 딸에게 메두사가 묻는다. “학교에 가고… 싶니?” 키티 크라우더의 <메두사 엄마>는 극진한 사랑으로 자녀를 과보호하는 엄마의 이야기다. 너무 사랑해서 자녀를 옭아매는 부모가 있다. 그것은 자녀에게도 부모에게도 독이 된다. 딸을 학교에 보내면서 메두사 엄마도 세상 밖으로 나간다. 자신을 옭아맸던 긴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그냥 엄마로 말이다.


메두사 엄마만큼 자식 걱정에 노심초사인 임금 아빠도 있다. 허은미·서현 작가의 <너무너무 공주> 속 임금님은 늘그막에 낳은 딸을 너무너무 사랑한다. 그런 그가 고민에 빠졌다. 예쁘지는 않지만 못생기지도 않고, 착하지는 않지만 못되지도 않은 공주가 너무 ‘평범’해서다. 임금님의 길고 깊은 한숨 소리에 잠을 깬 잉어가 소원을 이뤄주는 수염 세 가닥을 준다. 임금님의 첫 번째 소원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공주’가 이뤄지니 공주는 점점 까칠하고 못돼졌다. 두 번째 소원 ‘세상에서 가장 착한 공주’가 되니 공주는 마른 꽃처럼 생기를 잃어 갔다. 임금님은 세 번째 소원을 빌었고, 공주는 좋은 건 좋다 하고 싫은 건 싫다 할 수 있게 됐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공주를 보며 임금님은 깨달음의 눈물을 흘린다. 그의 마지막 소원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공주 되기’가 아니었을까?

우쓰미 노리코는 <나는 흰곰을 키워요>에서 ‘흰곰’과 함께하는 시간을 천천히, 소중하게 누리라고 말한다. 작가는 아이를 키우는 어른이 알아야 할 열두 가지 지침을 소개한다. 많이 놀아주고, 흰곰의 이야기를 느긋하게 기다려주고, 자주 다정하게 말을 걸어준다(그림). 흰곰이 낯선 곳에서 두려워할 땐 따뜻하게 손을 잡아 주고, 울면 꼭 껴안아 준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흰곰이 되도록 잘못했을 때는 꾸짖기도 해야 한다. 작가는 ‘흰곰은 당신의 웃는 얼굴을 좋아한다’고 알려준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자녀와 함께 추억을 만드는 지금 이 순간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이다.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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