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공간서 우레탄폼 작업 중 유증기 ‘순간 폭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천 화재, 대형 참사 왜?

30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준비되고 있는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피해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38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가 안전 불감증이 빚은 대형참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1998년 4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 서구 냉동창고 화재와 이천 화재가 여러 면에서 닮아, 20여 년의 세월에도 안전 의식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30일 경기소방재난본부는 지난 29일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로 사망자 38명, 중상자 8명, 경상자 2명 등 모두 4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최종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중상자 중 2명은 위독한 상태여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날 불은 오후 1시 32분에 지하 2층에서 시작됐으며, 삽시간에 지상 4층 건물 전체로 불길과 유독가스가 번진 뒤 오후 6시 42분이 되어서야 완전히 꺼졌다.

사망 38명 등 사상자 48명 발생
지하 2층서 원인 미상 불꽃 튀어
여러 작업 동시 진행, 발화 원인
또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로


화재 원인으로 수차례 폭발음이 들렸다는 목격자들의 진술과 사망자 상당수의 화상 정도가 심한 점 등으로 미뤄 건물 내 유증기가 널리 퍼진 상태에서 순간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박수종 이천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지하 2층에서 우레탄폼 작업을 하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발화된 불씨가 건물을 가득 메우고 있던 유증기를 만나 순간적으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는 안전불감증이 빚은 참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레탄폼 작업 중엔 휘발성 높은 증기가 다량으로 발생할 수 있어, 불꽃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최초 발화점이 지하 2층이다 보니, 밀폐공간에 가까워 공기순환이 안돼 위험성은 더 가중된 상태였다. 하지만 사고 당시 지하 2층에서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등 사고 예방에 소홀했던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앞서 산업안전공단은 해당 공사장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심사해, 화재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3차례에 걸쳐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창고에서 안전 불감증이 참사를 불러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8년 10월 29일 부산 서구 암남동 범창콜드프라자 화재가 대표적이다. 이 사고로 27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냉동창고 내벽에 우레탄폼 발포작업 중 건물 안에 가득 차 있던 유증기에 불꽃이 튀면서 폭발이 일어나 사고 원인도 일치한다. 한 개 층이 넓은 공간으로 이뤄지는 대형창고 특성상 유증기와 유독가스 등이 한 공간에 넓게 퍼지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밖에도 2008년 1월 7일 이천시 호법면에 있는 냉동 물류창고에서 불이 나 창고에서 일하던 57명 중 40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당시에도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단열재가 내장된 샌드위치 패널이 대형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결국 20여년 간 비슷한 대형창고 화재참사가 반복됐지만, 공기 단축과 재료 단가 등을 이유로 현장에서의 안전 의식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