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울산큰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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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경상도 울산 큰애기/ 상냥하고 복스런 울산 큰애기/ 서울 간 삼돌이가 편지를 보냈는데/ 서울에는 어여쁜 아가씨도 많지만…”으로 시작하는 대중가요가 있다. 1960년대에 가수 김상희가 부른 ‘울산큰애기’이다. 이 가요는 당시 대히트를 쳤다. 유쾌한 리듬이어서 남녀노소 모두가 즐겼다. 어린아이들도 따라 부를 정도였다. 가사 내용도 잘 모른 채 ‘큰애기’를 ‘크네기’로 불렀던 유년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울산이란 지명을 땄지만, 이 노래에는 당시 우리나라 젊은이의 정서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선망의 대상이던 서울로 향한 시골 청년들의 로망이 담긴 까닭이다. 울산이란 이름이 어쩐지 어색하다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있겠다. 지금의 울산광역시 모습을 떠올리면 그럴 만 하다. 하나, 1960년대 중·후반의 울산은 이제 막 제조업이 발걸음을 떼던 처지였다.

‘큰애기’의 유래는 여러 가지이다. 복스럽고 예쁜 아가씨라는 설과 성격 좋고 책임감 있고 부지런해 맏며느릿감인 처자를 그리 불렀다는 말이 있다. 맏며느리를 일컫는 경상도 은어가 ‘큰애기’였다는 해석도 그럴듯하다. 분명한 문헌이 없으니 사실 정답을 내놓기는 어렵다. 이 얘기가 전해진 울산 내 지역이나 배경도 마찬가지다. 옛 울산 중구 반구동 아가씨를 일컫는 단어라는 설명도 그중 하나. 반구동에서 나는 풍족한 과일을 많이 먹은 덕분인지 그곳 처녀들의 인물과 마음씨가 참 좋았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이 유행가는 어느 아주머니가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들려준 사연을 바탕으로 탄생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떠난 남자와 떨어져 살면서도 한눈팔지 않고 착실하게 사는 한 여인의 사연을 접한 작사가가 노랫말로 옮겼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큰애기’란 낱말이 이 노래에서 처음으로 나온 건 아니다. 이전의 울산 민요나 노래에서 만날 수 있다. 옛 울산 여인들은 마음이 넓고, 살림에 알뜰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모양이다.

울산시와 중구는 2015년부터 ‘울산큰애기’를 대표 캐릭터로 키우고 있다. 웹툰과 미니 드라마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전국 공공 캐릭터 공모전에서 대상을 타는 개가를 올렸다. 이어서 모바일 메신저 이모티콘(그림 말)으로 세계 200여 개 국가에 선보이게 됐다. 네이버 라인을 통한다. 태화강은 울산을 공해 도시에서 환경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이제 ‘울산큰애기’가 이곳을 공업 도시에서 문화 도시로 바꾸고 있다.

이준영 논설위원 g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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