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최대 주주’ PK 정치권, 존재감은 ‘개미 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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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곽상도 더불어민주당 성범죄 진상조사단장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성범죄 진상조사단 회의를 주재하며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무관(無冠)의 굴욕.’

중앙당 당직과 국회직 선출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는 미래통합당 부산·울산·경남(PK) 정치권을 향한 유권자들의 독설이다.

부·울·경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 등과 달리 통합당 PK 정치권에 사실상 압승을 안겨줬다. 하지만 통합당 PK 정치권은 ‘모래알’ 신세로 전락해 중앙 정치권에서 존재감을 전혀 과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구 당선인 32명 ‘최다 배출’
3선 이상도 11명, 타 지역 압도
모래알 신세 공통된 목소리 실종
원내대표·당 대표 ‘무관’ 우려
PK 압승 지역 민심 외면 지적

PK 정치권은 모든 면에서 통합당의 ‘최대 주주’이다. 전체 통합당 지역구 당선인(84명)의 약 40%(32명)가 PK 출신이다. 단일권역으로선 전국에서 가장 많다. 대구·경북을 다 합쳐도 24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국회부의장, 국회 상임위원장 등 당과 국회의 요직을 맡게 될 3선 이상 당선인도 PK가 압도적으로 많다. 3선 이상 당선인(24명)의 절반에 가까운 11명이 PK에서 배출됐다.

그런데도 중앙 정치권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형편없다. 우선 비상대책위 구성 과정에서부터 소외돼 있다. 조경태·조해진·장제원 의원 등 중진과 부산 초선 당선인들이 ‘김종인 비대위’에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공통된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다. 부산의 한 초선 당선인은 “중진들이 앞장서서 PK 전체 모임을 한번 가져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8일로 예정된 통합당 원내대표 선거는 더욱 심각하다. 당초 출마설이 나돌았던 모든 중진은 “이번은 아니다”고 발뺌하고 있다.

3일 4선 이상 중진 모임에 참석한 3명의 PK 중진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5선이 되는 서병수 당선인은 “원내대표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했고, 김기현(4선) 당선인은 “원래 출마할 생각이 많았는데 너무 도전자가 많아 접었다”고 했다. 내리 5연속 당선의 기록을 세운 조경태 당선인은 “원내대표보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늦어도 8월에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3선의 장제원 의원도 “이번에는 그냥 지나가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내일(4일)까지는 최종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나머지 3선 당선인은 원내대표 대신 정책위의장이나 당 사무총장, 국회 상임위원장에 만족한다는 분위기다. 차기 경남도지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윤영석 의원이나 부산 정치권의 실질적인 좌장 역할을 하고 있는 이헌승 의원은 “이번에는 상임위원장을 맡아 지역 현안을 집중적으로 챙기겠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이 의원은 국토교통위원장에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차기 당대표 선거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비롯한 내년 4월 부·울·경 재·보선에 대비하기 위해선 PK 출신이 통합당 대표를 맡아야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던 조경태 의원이 일찌감치 대표 출마 입장을 굳혔지만 본선 경쟁력은 미지수다. 정치권 일각에선 차기 유력 주자인 김태호(무소속) 당선인을 최대한 빨리 복당시켜 ‘PK 대표선수’로 출마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많지만 현재로선 성사가 불투명하다. 그는 “(복당문제를)서두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에 따라 통합당의 양대 축인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비(非)PK 인사’에게 넘어갈 공산이 크다.

이는 “굳은 결속력으로 PK 정치권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민심을 외면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내년 4월 재·보선은 물론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4년 후 22대 총선에서 부·울·경 보수 정치권이 철퇴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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