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교 ‘12개 가건물 교실’ 부산교육청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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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부산시교육청이 명지국제신도시 대규모 입주로 예상되는 학급 과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명원초등학교 운동장에 ‘가건물 교실’ 설치를 검토해 학부모의 공분을 사고 있다. 시교육청은 사태를 해결할 명지5초등 신설 전까지 다른 학교에 아이를 보내겠다는 요청도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어 학생 중 일부는 가건물에서 수업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수년 전부터 예견된 학급 과밀 문제(부산일보 지난달 22일 자 11면 보도)에 시교육청이 안일하게 대처해 촌극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명지 명원초등학교에 설치 추진
올 2963세대 아파트 입주 시작
학급 과밀문제 안일한 대처 비난
“가건물 수업 반대” 학부모 공분
교육청 “명지5초등 신설 재요청”

시교육청 북부교육지원청은 강서구 명지동 명원초등 운동장에 내년 1학기부터 가건물 교실 12동 이상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올해 8월부터 인근에 위치한 더샵명지퍼스트월드(2963세대 규모) 입주가 시작하면 학생 수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존 명원초등 건물에 14학급을 늘려도 학급 과밀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돼 ‘가건물 교실’ 설치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현재 명원초등에는 총 25학급에 학생 730명이 재학 중이다.

당연히 명원초등 인근 4개 아파트 단지 학부모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명지5초등 개교 전까지 철골 구조물에 패널을 덧댄 가건물에서 최소 2년 이상 아이들이 수업을 받게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중 명지삼정그린코아더베스트 입대위는 “학부모들과 논의도 없었는데 뒤늦게 철골 구조물로 된 가건물을 교실로 검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운동장 가건물에서 아이가 수업 받는 모습을 보고 싶은 학부모는 없을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입주를 앞둔 더샵명지퍼스트월드 입대위는 상대적으로 학생 수가 적은 인근 다른 학교 입학을 요청했으나 교육청은 불가능하다고 이를 일축했다. 시교육청 북부교육지원청 측은 “학부모들이 요구한 셔틀버스 지원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거리가 먼 다른 학교에 학생을 보내도 그쪽은 그쪽대로 또 다른 혼란과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급 과밀 때문에 운동장에 가건물 설치를 검토할 지경에 이르자 시교육청의 안일한 행정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해 ‘당장은 명지5초등 신설을 허락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0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서는 명지오션시티 서명중(가칭), 명지국제신도시 명지5유치원(가칭) 신설안은 통과됐지만 명지5초등과 명지3중은 재검토 의견이 나온 것.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이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예정되어 왔던 신도시 입주에 대한 대체 어떤 대비를 해왔느냐’고 되묻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교육부가 명원초등도 개교하지 않은 상황에서 명지5초등까지 신설은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다시 명지5초등 신설 요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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