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화가’ 김종학 60년 화업 다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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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Ⅲ-김종학’전을 위해 작가가 그린 대형 신작 ‘Pandemonium’이 전시장에 걸려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부산시립미술관이 코로나19로 잃어버린 봄을 ‘기운생동의 꽃’으로 되찾는다.

부산시립미술관의 2020년 첫 기획전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Ⅲ-김종학’전이 오랜 기다림 끝에 시민에게 공개된다. ‘꽃의 화가’ ‘설악의 화가’로 불리는 김종학의 60여 년에 걸친 화업을 한자리에서 풀어낸 전시다. 방탄소년단 RM이 ‘애정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알려진 김종학의 작품 210여 점을 선보이는 국내 역대 최대 규모 전시다.

부산시립미술관 올해 첫 기획전
‘한국현대미술작가-김종학’전
1960년대 초기 추상 작품부터
83세 작가의 신작 꽃 그림까지
7개 주제로 나눠 210여 점 전시

미국 뉴욕에 머물던 당시 현지 신문 위에 그린 작품 ‘신사’(위)와 한지에 먹을 사용한 작품 ‘무제’.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미국 뉴욕에 머물던 당시 현지 신문 위에 그린 작품 ‘신사’(위)와 한지에 먹을 사용한 작품 ‘무제’.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전시는 주제에 따라 7개 파트로 구성돼 있다. ‘전통과 아방가르드’에서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작가의 초기 작품이 기다린다. 김종학은 1950년대 말 ‘앵포르멜’로 불리며 전개된 한국 추상미술운동에 동참하고 판화 등으로 국제전 진출 활동도 활발하게 펼쳤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꽃 그림과는 결이 다르지만, 필력과 에너지가 넘치는 김종학의 추상 작품을 볼 수 있다.

일본에서 ‘모노하’ 작가들과 활동하던 1970년에 제작한 설치미술 작품도 재현해 전시한다. 커다란 두 상자를 흰 천으로 감싸 연결 부분이 꼬인 상태로 둔 작품은 당시 일본 언론에서 ‘남북 긴장 상태를 표현한 것 같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구상화 모색을 위해 진출한 미국에서 그린 ‘회색산’ 한지에 먹으로 뉴욕을 그린 그림 등 기법이나 소재에서 동서양이 혼합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신 산.수.화’에선 1979년 설악산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자연과 예술의 본연을 탐구하던 시기의 작품을 소개한다. 김종학 작가는 딸에게 보낸 그림 편지를 묶은 책 <김종학의 편지>에서 시시한 화가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 좋은 그림 100장만이라도 남기려 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자신의 작품 앞에 선 김종학 작가.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김종학은 벌판을 헤매며 본 꽃을 그리고 또 그려 대학 졸업 후 20년간 막혀 괴로웠던 그림 방향의 ‘전환점’을 찾아냈다. 계절마다 변하는 설악산의 경이로움을 담고 꽃·나비·새 등 소박한 한국 정서를 강렬한 색채로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우는 작품이 전시장을 채운다. 2011년 작 ‘숲’ 속에는 딱따구리, 개구리, 무당벌레의 왕성한 움직임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길’에서는 한국 전통미감을 반영한 ‘한국적 서양화’의 맥을 세운 작가로의 면모에 초점을 맞춘다. 민화의 자유로운 구성과 민예품 속 원색의 개성적인 수용, 조선 서화가들의 특징을 흡수한 작품을 보여 준다. 1994년 작 ‘폭포’를 보면 “자연 속에 추상, 구상 모두 존재한다”는 작가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자연의 골격 진경’은 설악산의 형상성을 드러낸 겨울 산 시리즈를 선보이는 공간이다. 화려함으로 가득한 기존 작품과 차별화되는 무채색의 화면이 우둘투둘 두꺼운 마티에르로 봄을 준비하는 설산의 응축된 에너지를 전달한다.
김종학 작가의 작품 ‘겨울’.부산시립미술관 제공

‘기운생동(氣韻生動)으로’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김종학 작가의 대표적인 주제인 꽃, 숲, 바다가 어두운 방 안에 펼쳐진다. 초록 가득한 숲과 겨울 풍경이 마주 선 가운데 가로 6m, 세로 10m 크기의 꽃 그림 ‘Pandemonium(대혼돈)’이 걸려 있다. 이전보다 더 두드러진 조형성을 보여 주는 작품의 뒤로 들어가면 검푸른 부산 밤바다를 그린 그림이 눈앞에 펼쳐진다. 두 작품 모두 83세인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올해 초에 그린 신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화가 김종학’을 만든 노력과 영감의 근원도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전 생애에 걸쳐 그린 드로잉 중 선별한 100여 점과 컬렉터로 수집한 목가구·베개 등 민예품이 그것이다. 더불어 김종학 작가 작품 세계의 이해를 돕는 특별 강좌도 오는 28일과 6월 4일 2회에 걸쳐 열린다. 전시와 연계한 어린이 워크북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Ⅲ-김종학’전은 6월 21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우동 부산시립미술관 3층 전관에서 열린다. 정부의 코로나19 생활 방역 지침에 따라 6일부터 미술관 홈페이지(http://art.busan.go.kr/) ‘전시 관람 사전 예약제’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사전 예약제 기간에는 전시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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