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화가’ 김종학 60년 화업 다 모았다
입력 : 2020-05-05 19:20:41 수정 : 2020-05-06 11:09:28
부산시립미술관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Ⅲ-김종학’전을 위해 작가가 그린 대형 신작 ‘Pandemonium’이 전시장에 걸려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부산시립미술관이 코로나19로 잃어버린 봄을 ‘기운생동의 꽃’으로 되찾는다.
부산시립미술관의 2020년 첫 기획전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Ⅲ-김종학’전이 오랜 기다림 끝에 시민에게 공개된다. ‘꽃의 화가’ ‘설악의 화가’로 불리는 김종학의 60여 년에 걸친 화업을 한자리에서 풀어낸 전시다. 방탄소년단 RM이 ‘애정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알려진 김종학의 작품 210여 점을 선보이는 국내 역대 최대 규모 전시다.
부산시립미술관 올해 첫 기획전
‘한국현대미술작가-김종학’전
1960년대 초기 추상 작품부터
83세 작가의 신작 꽃 그림까지
7개 주제로 나눠 210여 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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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 머물던 당시 현지 신문 위에 그린 작품 ‘신사’(위)와 한지에 먹을 사용한 작품 ‘무제’.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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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 머물던 당시 현지 신문 위에 그린 작품 ‘신사’(위)와 한지에 먹을 사용한 작품 ‘무제’.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
전시는 주제에 따라 7개 파트로 구성돼 있다. ‘전통과 아방가르드’에서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작가의 초기 작품이 기다린다. 김종학은 1950년대 말 ‘앵포르멜’로 불리며 전개된 한국 추상미술운동에 동참하고 판화 등으로 국제전 진출 활동도 활발하게 펼쳤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꽃 그림과는 결이 다르지만, 필력과 에너지가 넘치는 김종학의 추상 작품을 볼 수 있다.
일본에서 ‘모노하’ 작가들과 활동하던 1970년에 제작한 설치미술 작품도 재현해 전시한다. 커다란 두 상자를 흰 천으로 감싸 연결 부분이 꼬인 상태로 둔 작품은 당시 일본 언론에서 ‘남북 긴장 상태를 표현한 것 같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구상화 모색을 위해 진출한 미국에서 그린 ‘회색산’ 한지에 먹으로 뉴욕을 그린 그림 등 기법이나 소재에서 동서양이 혼합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신 산.수.화’에선 1979년 설악산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자연과 예술의 본연을 탐구하던 시기의 작품을 소개한다. 김종학 작가는 딸에게 보낸 그림 편지를 묶은 책 <김종학의 편지>에서 시시한 화가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 좋은 그림 100장만이라도 남기려 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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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 앞에 선 김종학 작가.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
김종학은 벌판을 헤매며 본 꽃을 그리고 또 그려 대학 졸업 후 20년간 막혀 괴로웠던 그림 방향의 ‘전환점’을 찾아냈다. 계절마다 변하는 설악산의 경이로움을 담고 꽃·나비·새 등 소박한 한국 정서를 강렬한 색채로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우는 작품이 전시장을 채운다. 2011년 작 ‘숲’ 속에는 딱따구리, 개구리, 무당벌레의 왕성한 움직임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길’에서는 한국 전통미감을 반영한 ‘한국적 서양화’의 맥을 세운 작가로의 면모에 초점을 맞춘다. 민화의 자유로운 구성과 민예품 속 원색의 개성적인 수용, 조선 서화가들의 특징을 흡수한 작품을 보여 준다. 1994년 작 ‘폭포’를 보면 “자연 속에 추상, 구상 모두 존재한다”는 작가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자연의 골격 진경’은 설악산의 형상성을 드러낸 겨울 산 시리즈를 선보이는 공간이다. 화려함으로 가득한 기존 작품과 차별화되는 무채색의 화면이 우둘투둘 두꺼운 마티에르로 봄을 준비하는 설산의 응축된 에너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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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학 작가의 작품 ‘겨울’.부산시립미술관 제공 |
‘기운생동(氣韻生動)으로’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김종학 작가의 대표적인 주제인 꽃, 숲, 바다가 어두운 방 안에 펼쳐진다. 초록 가득한 숲과 겨울 풍경이 마주 선 가운데 가로 6m, 세로 10m 크기의 꽃 그림 ‘Pandemonium(대혼돈)’이 걸려 있다. 이전보다 더 두드러진 조형성을 보여 주는 작품의 뒤로 들어가면 검푸른 부산 밤바다를 그린 그림이 눈앞에 펼쳐진다. 두 작품 모두 83세인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올해 초에 그린 신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화가 김종학’을 만든 노력과 영감의 근원도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전 생애에 걸쳐 그린 드로잉 중 선별한 100여 점과 컬렉터로 수집한 목가구·베개 등 민예품이 그것이다. 더불어 김종학 작가 작품 세계의 이해를 돕는 특별 강좌도 오는 28일과 6월 4일 2회에 걸쳐 열린다. 전시와 연계한 어린이 워크북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Ⅲ-김종학’전은 6월 21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우동 부산시립미술관 3층 전관에서 열린다. 정부의 코로나19 생활 방역 지침에 따라 6일부터 미술관 홈페이지(http://art.busan.go.kr/) ‘전시 관람 사전 예약제’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사전 예약제 기간에는 전시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