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조선기자재산업] (상) 친환경 기자재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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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너마저…” 유가 하락에 스크러버 수요 ‘뚝’

조선기자재 업계가 일감 부족으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 부산 강서구 미음산업단지 내 한 조선기자재 업체 공장에서 직원들이 LNG선에 적용되는 열교환기를 조립·포장하고 있다. 업체 제공

“믿었던 친환경 기자재마저….”

조선기자재 업계 침체 속에 그나마 ‘블루칩’으로 주목 받던 친환경 기자재 업체들마저 최근 유가 하락 여파로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친환경 기자재 업체들의 ‘존재감’은 지난해 말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이 발표한 업계 실태조사보고서에서 여실하게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의 부산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지난 한 해 동안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그런데 10여 개에 불과한 부산의 친환경 기자재 관련 업체들은 무려 100%의 매출 증가를 이뤘다. 덕분에 부산 조선기자재 전체 매출 역시 14% 상당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선박 환경규제 맞춤 수요 꾸준
부산 기자재 매출 상승 견인했으나
저유황유 가격 하락에 주문 끊겨

선박 연료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SOx)을 정제하는 스크러버(Scrubber)를 제작하는 C사는 지난해 3517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친환경 기자재 업계 급성장을 견인했다. 그러나 올들어 1분기 신규 수주 물량이 기존 목표량에 비해 20%나 못미쳤다. 70억 원에 달하는 일부 공사들도 미뤄졌다. 내년 생산 예측치도 기존 목표에서 20% 줄였다.

친환경 조선기자재는 기존의 조선기자재와는 달리 새롭게 배를 건조하지 않더라도 그 수요가 꾸준한 편이다. 기존 배들도 최근 시행된 환경규제 기준을 맞추기 위해 새로운 장비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C사 역시 지난해 기존 선박에 대한 스크러버 공급 계약이 신조선에 비해 4배나 많았다. 때문에 이번 수주 감소의 원인은 조선소의 신규 수주 급감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유가 하락에 따른 영향이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친환경 규제 중 대표적인 것이 선박 연료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을 줄이는 것이다.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인데 액화천연가스(LNG)나 저유황유로 연료를 바꾸거나, 기존 고유황유를 쓰되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것. LNG 관련 인프라는 아직 부족하고 저유황유는 가격이 비싸 스크러버 설치가 합리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최근 유가 하락으로 저유황유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떨어졌고, 스크러버를 장착하려던 많은 선박들이 이를 보류한 것이다. C사 관계자는 “친환경 기자재 대부분이 환경에 유해한 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것인데, 최근 저유황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친환경 기자재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며 “선주들은 당분간 저유황유를 사용하면서 유가나 친환경 기자재 기술 발전 등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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