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도 공급자도 ‘눈치 보기’ 본격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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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팁]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

코로나19 사태가 안정세 속에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은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서 있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또 다른 글로벌 경제위기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국내 집값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장기적 국내 경제나 부동산에 대한 전망에 따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놓인 부동산시장의 일상들을 접하게 된다.

첫 번째는 사상 최저치의 기준금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은행권 대출 평균금리는 연 2.91%로 전월보다 0.1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6년 이후 가장 낮다. 가계대출 금리의 경우 3개월 연속 하락하며 연 2.88%를 기록,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3월 16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 연 1.25%에서 역대 최저치인 0.75%로 전격 인하한 것이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제로(0%) 금리 시대’를 맞게 된 셈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최저 기준금리로 대출금리가 저렴해지면 대출을 통해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 시장의 가격상승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정책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지역의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수없이 반복되는 등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주택시장의 기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는 금융시장의 변화에 따라 ‘지렛대 투자’가 재연될 수 있다. 최저금리를 활용하여 부동산에 올인하려는 ‘투자자의 창’과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해 대출을 규제하려는 ‘정부의 방패’ 사이에서 팽팽한 힘겨루기가 계속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수요자 중심’도 ‘공급자 중심’도 아닌 ‘무(無) 중심’의 주택 거래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 코로나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 현상에 따라 매수·매도자 모두가 집을 보러가지도, 집을 보러 오라고 하지도 않으면서 관망하는 ‘눈치 보기’ 장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지난해 월 3000건대까지 떨어졌던 부산지역의 주택 거래량이 올해 초 월 1만 건 넘게 거래되면서 다소 살아났던 주택 거래량이 또다시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올해 초 예정돼 있던 신규 아파트 분양이 일부 지역에서 연기되는 등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지금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일상을 맞고 있다. 3년 전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이 코로나19와 함께 부동산시장에는 어떤 일상을 만들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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