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새는, / 김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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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면서도 누고 새는, 누면서도 날고, 오오, 탁 트인 비상(飛翔)! 턱을 까불든지 말든지, 추녀 끝에서, 끝으로, 실실 날면서 실실, 깔기고, 날기와 깔기기를 동시 동작으로, 오오, 새는 변비를, 모르고 혈변을, 모르고 치루를, 모르고 치핵을, 모르고 새는 머리가, 탱탱 비었고, 뼛속까지 탱탱, 울리도록 비었고, 오오, 새는 누면서도 날고 -김언희 시집 중에서-



사는 동안 누구든 자유를 꿈꾸지 않은 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꿈만 꾸기 일쑤 아닐까. 이 시는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 보여준다. 거침없이 몸을 움직이고 똥을 “갈기기” 때문에 아무 병이 없다. 부러운 일이다. 마음을 비우라는 말이 있는데 “뼛속까지 탱탱, 울리도록” 비웠기 때문에 새는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신체를 가진다. 비운다는 것은 단순히 무(無)를 뜻하지 않는다. 내공의 문제다. 새의 날개를 얻었다고 해서 인간이 완전한 자유를 얻을 수 없는 까닭이다. 뜻대로 행하여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다면 자유롭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자는 나이 칠십이 그러하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칠십이 과연 그런가 생각해 볼 일이다.

김종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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