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간부 ‘입찰 서류 유출’ 경징계 결정, 제 식구 감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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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전례 없는 부산시 간부 공무원의 입찰 서류 유출(부산일보 지난 4일 자 3면 보도)에 대해 부산시 감사위원회가 경징계를 결정한 것으로 밝혀져 사건의 축소에만 급급해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지난 4일 ‘영상제작 관련 용역계약 자료유출 조사’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류제성 감사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2월 12일 부산시 청렴 소리함, 13일 국민신문고로 공무원 입찰 담합과 기밀누설 관련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시 감사위 ‘개인정보 유출’ 결론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은 적용 안 해
“B팀장 해명에 치우친 결정” 비등

시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시 감사위는 2월 18일부터 24일까지 조사를 통해 3월 19일 감사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낙찰업체인 A업체의 사업제안서를 시의 B 팀장(5급)이 탈락업체인 C업체 대표에게 유출한 사건에 대해 시 감사위는 개인정보유출에 따른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경징계를 결정했다. 시 감사위는 시 인사위원회에 B 팀장의 징계의결을 요구했으며, 인사위원회는 이달 14일 개최돼 B 팀장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류 감사위원장은 “우선협상대상자(A업체)의 제안서가 유출된 사실은 확인됐으나 제출된 관련 자료 및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공무상비밀의 누설과 영업상 비밀 누설 등을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담합 여부 관련은 조사 기간 중 이미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되고 최종계약이 체결돼 사업진행 중에 있으므로 담합으로 볼 수 없다”고 감사 결과를 밝혔다.

류 위원장은 “A업체의 사업제안서 내용이 지난해 사업제안서 내용과 비슷하고 지난해 사업제안서는 이미 업계에서 상당히 공개된 내용이라 비밀보호 가치가 없어 제안서 유출이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감사위의 감사 결과는 지나치게 B 팀장의 해명에만 치우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상제작 용역 특성상 사업제안서 내용은 해마다 비슷하고, A업체와 C업체의 내용도 비슷한 상황인데, 표절 관련 전문가가 아닌 이들이 단정적으로 표절을 전제로 사건을 몰아갔다는 것.

지역 영상업체 관계자는 “내용이 비슷하다면 원저작권자인 지난해 사업자 D업체에 물어봐야지, 탈락업체에 자료를 주면서 의견을 구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으냐”면서 “표절 판정이 나지 않는 한 A업체의 사업제안서는 어쨌든 보호돼야 하고, 이를 공무원이 유출한 것은 명백한 영업상 비밀과 공무상비밀 누설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담합 여부에 대해서도 계약을 미루던 시가 A업체의 폭로 이후 서둘러 계약을 체결한 일종의 ‘담합 미수’ 사건인데, 최종계약이 체결됐기 때문에 담합으로 볼 수 없다는 감사위의 판단은 지나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지난 1일 취재진의 질의에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사와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은 비공개”라며 취재를 거부했던 감사위가 4일 보도가 나가자 이날 오후에 부랴부랴 브리핑을 자청한 것도 축소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시 내부 공무원들조차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부산시 한 공무원은 “공무원이 경쟁업체에 자료를 유출했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중차대한 사안인데도, 청렴에 앞장서야 할 감사위가 경징계를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A업체가 3월 공무원 업무상비밀누설죄 등으로 부산지검에 고소한 이 사건은 연제경찰서로 이관된 가운데 연제경찰서는 이날 부산시에서 공문 자료를 가져가는 등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세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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