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대합실 심야시간 폐쇄, 노숙인 출입 금지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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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 부산일보DB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 부산일보DB

부산역이 24시간 운영되던 심야 대합실을 폐쇄하고 노숙인을 역사 안에서 퇴거했다. 부산역은 전국 철도 역사 중 유일하게 심야에도 문을 열어 전국의 노숙인이 몰리면서 많은 문제와 민원이 발생했다. 이번 부산역 폐쇄 조처로 인근 노숙인들의 생활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 유일 24시간 개방 역사

그동안 위생·안전 등 민원 빗발

6일부터 외부인 출입 완전 통제

‘쉼터’ 잃은 노숙인 지원책 고심


코레일 부산·경남본부는 “지난 6일부터 심야시간(오후11시~오전 4시까지) 동구 초량동 KTX부산역의 코로나19 방역 및 역사 청소 등을 이유로 대합실을 폐쇄했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합실 쪽 셔터가 내려져 외부인 출입은 완전히 통제된다.

다만 심야시간에도 종전의 열차 승하차 등의 업무는 그대로 진행된다. 코레일 측은 이번 조처를 시험 운영이라고 밝혔지만, 큰 문제가 없을 경우 영구적으로 이어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야시간 대합실 폐쇄는 형식적으론 코로나19 방역이 주요 이유다. 그러나 실제론 노숙인 민원을 차단하려는 조처라는 평이다.

동구청 등에 따르면 부산역 일대에는 현재 50여 명의 노숙인이 머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주로 밤 늦은 시간 대합실을 일종의 쉼터로 이용해 왔다. 부산역 관계자는 “소음, 악취 등의 민원도 많았고 코로나19로 인해 더 철저한 방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노숙인들의 안전을 고려해 날씨가 따뜻해지길 기다렸다가 힘들게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코레일 측은 노숙인의 역사 진입을 막고, 출입 금지 시간엔 철도경찰 등과 합동해 이들을 계도할 예정이다. 부산역 철도경찰은 “노숙인 출입금지 첫날인 6일 날씨가 따뜻한 탓인지 노숙인들의 저항이 그렇게 세진 않았다”고 전했다.

코레일 측은 역사 내 노숙인 퇴거 조처를 여러 차례 검토했지만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노숙인 사이에 부산역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야간에도 개방되는 마지막 쉼터라는 인식이 퍼져 있어 저항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KTX 서울역의 경우 2011년부터 민원 유발 등을 이유로 ‘노숙인이 역사 내에서 잠자는 행위’를 금지한 바 있다.

전국의 노숙인이 부산역으로 몰리다보니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위생이나 미관상의 문제를 넘어 노숙인으로부터 위협감을 느낀다는 민원도 꾸준히 있었다. 부산역이 지역 관문이다 보니, 관광객 등에게 부정적 도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았다.

부산역 관계자는 “노숙인 안전 문제로 물청소를 할 수가 없어 위생 상태가 엉망이었다”며 “승객들은 ‘내 돈 주고 기차를 타는데 이렇게 역사를 관리해도 되냐’는 항의가 수도 없이 들어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반면 극빈층인 노숙인 입장에서는 마지막 쉼터가 사라지게 되면서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게다가 이들이 인근 도시철도역이나 지하상가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숙인을 현장에서 지원하는 소망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역사 내에서 노숙인들이 나오게 되면 인근으로 흩어져 오히려 예상치도 않은 지역에서 민원이 들어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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