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마찰 기장군수-의회, 이번엔 ‘재난소득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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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철 기장군의회 의장이 “오규석 기장군수가 의회를 무시한 채 독단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하며 13일 군청 건물 로비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기장군의회 제공

오규석 기장군수. 부산일보 DB
내홍을 겪어 왔던 오규석 기장군수와 기장군의회가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의회 패싱’을 두고 또다시 충돌했다. 기장군의회는 오 군수가 군의회 승인과 예산 심의가 필요한 정책 사업을 의회에 알리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확정·홍보하고 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13일 기장군의회 황운철 의장은 성명을 내고 “의회 고유권한을 무시하는 오 군수는 예산 승인과 조례 제·개정이 필요한 정책에 대해 최소한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확정하고 홍보하는 행태를 당장 중단하라. 이는 기장군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의 기능과 권한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라는 입장을 밝혔다.

황 의장은 이날 오전부터 기장군청 건물 로비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군의회 의장이 집행부인 군청에 반기를 들며 1인 시위에 돌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 재외국민·결혼이민자 등 지원 발표
황운철 의장 군청 로비서 항의 시위
“예산 승인, 조례 제·개정 필요한 정책
의회 권한 무시 선심성 홍보 중단하라”
오규석 군수 “홍보는 지방정부 고유 몫
사전 협의 주장은 월권이자 비민주적”


군 의회에 따르면, 기장군은 지난달 28일 ‘재외국민과 국적 미취득 결혼이민자 등에게도 1인당 10만 원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추진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군이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군의회 승인을 거쳐 예산을 확보하는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군은 군의회 의장은 물론 의원들과 관련 내용을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데다 정책 계획에 대해서도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 의장뿐 아니라 기장군의회 의원 7명 모두 군이 관련 정책 자료를 대외적으로 홍보한 이후 뒤늦게 내용을 접했다.

또 지난달 8일 기장군 ‘천만 그루 나무 심기 사업’, 27일 ‘무상급식비와 간식비에 대한 현금·현물 지원 방안 검토’, 30일 ‘학생 무상급식비 대체 쌀 지원’ 등 각종 사업도 군의회를 거치지 않고 외부로 먼저 공개됐다. 이들 사업 모두 군 예산이 투입되거나 군의회 측과 논의가 필요한 것들이다.

이를 두고 군의회 측은 오 군수가 확정되지도 않은 사업안을 선심성으로 홍보부터 해 이미지 제고만을 꾀하고 있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이미 모든 군민에게 알려진 미결정 사업이 심의 과정에서 의결되지 않을 경우 결국 군민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황 의장은 “예산이 수반되는 정책은 아무리 긴급한 것이라도 행정절차상 반드시 관련 조례 제·개정 등에 대한 의회 의결이 필요하다. 또한 군민의 혈세가 단 한 푼도 허투루 쓰이지 않게 하기 위한 엄격한 예산안 심의 과정이 필수적이나, 오 군수는 이런 행정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며 “오 군수는 결정되지 않은 사업을 일방적으로 배포해 확정되지도 않은 사업이 모두 결정된 것처럼 군민들을 교묘히 속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 군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군민들에게 알린 것으로 ‘의회 패싱’이 전혀 아니다”면서 “군 의회 측이 되레 민주주의의 원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오 군수는 “홍보나 보도자료는 군이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을 사전에 알리고, 여러 의견을 듣기 위한 지방정부 고유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며 “군의회에 사전에 이 같은 자료를 협의하라는 주장은 군의회의 명백한 월권이자 비민주적인 주장이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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