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마찰 기장군수-의회, 이번엔 ‘재난소득 충돌’
입력 : 2020-05-13 19:48:52 수정 : 2020-05-14 10:18:59
황운철 기장군의회 의장이 “오규석 기장군수가 의회를 무시한 채 독단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하며 13일 군청 건물 로비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기장군의회 제공 |
오규석 기장군수. 부산일보 DB |
내홍을 겪어 왔던 오규석 기장군수와 기장군의회가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의회 패싱’을 두고 또다시 충돌했다. 기장군의회는 오 군수가 군의회 승인과 예산 심의가 필요한 정책 사업을 의회에 알리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확정·홍보하고 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13일 기장군의회 황운철 의장은 성명을 내고 “의회 고유권한을 무시하는 오 군수는 예산 승인과 조례 제·개정이 필요한 정책에 대해 최소한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확정하고 홍보하는 행태를 당장 중단하라. 이는 기장군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의 기능과 권한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라는 입장을 밝혔다.
황 의장은 이날 오전부터 기장군청 건물 로비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군의회 의장이 집행부인 군청에 반기를 들며 1인 시위에 돌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 재외국민·결혼이민자 등 지원 발표
황운철 의장 군청 로비서 항의 시위
“예산 승인, 조례 제·개정 필요한 정책
의회 권한 무시 선심성 홍보 중단하라”
오규석 군수 “홍보는 지방정부 고유 몫
사전 협의 주장은 월권이자 비민주적”
군 의회에 따르면, 기장군은 지난달 28일 ‘재외국민과 국적 미취득 결혼이민자 등에게도 1인당 10만 원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추진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군이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군의회 승인을 거쳐 예산을 확보하는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군은 군의회 의장은 물론 의원들과 관련 내용을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데다 정책 계획에 대해서도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 의장뿐 아니라 기장군의회 의원 7명 모두 군이 관련 정책 자료를 대외적으로 홍보한 이후 뒤늦게 내용을 접했다.
또 지난달 8일 기장군 ‘천만 그루 나무 심기 사업’, 27일 ‘무상급식비와 간식비에 대한 현금·현물 지원 방안 검토’, 30일 ‘학생 무상급식비 대체 쌀 지원’ 등 각종 사업도 군의회를 거치지 않고 외부로 먼저 공개됐다. 이들 사업 모두 군 예산이 투입되거나 군의회 측과 논의가 필요한 것들이다.
이를 두고 군의회 측은 오 군수가 확정되지도 않은 사업안을 선심성으로 홍보부터 해 이미지 제고만을 꾀하고 있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이미 모든 군민에게 알려진 미결정 사업이 심의 과정에서 의결되지 않을 경우 결국 군민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황 의장은 “예산이 수반되는 정책은 아무리 긴급한 것이라도 행정절차상 반드시 관련 조례 제·개정 등에 대한 의회 의결이 필요하다. 또한 군민의 혈세가 단 한 푼도 허투루 쓰이지 않게 하기 위한 엄격한 예산안 심의 과정이 필수적이나, 오 군수는 이런 행정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며 “오 군수는 결정되지 않은 사업을 일방적으로 배포해 확정되지도 않은 사업이 모두 결정된 것처럼 군민들을 교묘히 속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 군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군민들에게 알린 것으로 ‘의회 패싱’이 전혀 아니다”면서 “군 의회 측이 되레 민주주의의 원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오 군수는 “홍보나 보도자료는 군이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을 사전에 알리고, 여러 의견을 듣기 위한 지방정부 고유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며 “군의회에 사전에 이 같은 자료를 협의하라는 주장은 군의회의 명백한 월권이자 비민주적인 주장이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