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종 쇠백로는 왜 유기동물로 방치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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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유실·유기 동물 종합 애플리케이션 ‘포인핸드’에 올라온 쇠백로. 포인핸드 앱 캡처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쇠백로’가 야생동물치료센터가 아닌 유기동물보호센터에 방치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13일 부산 사하구와 유기동물보호센터에 따르면 지난 3일 야생조류 ‘쇠백로’가 낙동강 하굿둑 인근에서 돌에 다리가 낀 채로 소방에 의해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사하구 당직실에 쇠백로를 인계했고, 사하구는 야생동물치료센터가 아닌 유기동물보호센터로 이 새를 보냈다. 이곳은 주로 개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을 임시 보호하는 곳이다.

낙동강 하굿둑서 다친 채 발견
야생동물치료센터 치료 대신
잃어버린 반려동물 보호하는
유기동물보호센터로 보내져
전문가 “사하구 묵인 의혹” 제기

쇠백로는 멸종 위기종 ‘관심필요’ 등급으로 지정된 조류로, 야생동물법에 따라 지자체에서 지정된 야생동물치료센터에서 치료받아야 하지만 이 쇠백로는 엉뚱하게 유기동물보호센터로 보내졌다. ‘관심필요’ 등급은 개체 수가 적은 건 아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멸종될 우려가 있어 관심이 필요한 종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쇠백로는 깃은 흰색, 윗목에 두 가닥의 길고 흰 장식깃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쇠백로는 잃어버린 개나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을 올리는 애플리케이선 ‘포인핸드’에 지난 4일 올라오기도 했다. 야생동물이 유기동물보호센터에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한 민원인이 문제를 제기했고 지난 6일 이 쇠백로는 낙동강하구에코센터의 야생동물치료센터로 인계됐다. 다행히 건강을 회복해 인계된 당일 을숙도 인근에 자연 방사됐다.

사하구와 유기동물보호센터는 해당 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멸종위기종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쇠백로가 발견된 3일은 주말로, 구청이 당직근무로 운영되고 있어 해당 부서에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사하구 관계자는 “당직자가 주말에 에코센터가 열지 않는다고 생각해 급하게 쇠백로를 처리하고자 유기동물보호센터로 연락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육안으로 보아도 쉽게 야생동물임을 확인할 수 있는 쇠백로를 관할 구청과 유기동물센터가 묵인해 보유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유기동물센터는 관할 지자체와 계약이 되어 있어 한 건을 처리할 때마다 구조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받는다. 최인봉 부산 야생동물보호협회장은 “야생동물은 개나 고양이와 달리 환경부 소관이다. 유기동물보호센터가 구조비를 챙기기 위해 이를 묵인하고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며 “이전에도 10건 넘게 야생동물이 유기동물보호센터로 넘어간 적이 있었다. 각 구·군에 있는 유기동물보호센터를 전수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하구와 유기동물보호센터 측은 고의로 쇠백로를 유기동물보호센터로 보낸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유기동물보호센터 측은 “쇠백로를 인계받을 당시 멸종위기 여부에 대해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은 것은 실수다. 앞으로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사하구도 “지급된 구조비를 다시 환수 조치하고 그 전에 잘못된 사항에 대해서도 조사를 통해 페널티를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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