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魚), 어디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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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해양경찰청장

지난해 해양경찰청의 깨끗한 해양환경 만들기 포스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 제목은 ‘어(魚), 어디 갔지?’이다.

이 작품은 글자 그대로, 그 많던 물고기가 다 어디로 갔느냐는 뜻에 더해서, 우리 바다에서 왜 사라져 가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작가가 밝히는 제작 의도는, 해양쓰레기가 차지한 바다에서 정작 해양 생물들은 점점 사라진다는 점이다.

과연 우리 바다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통계청의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어종 어획량 변화(2018)’에 따르면 수온 상승으로 1990년 이후 연근해 해역의 어획량은 고등어류, 멸치, 살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이 증가하고 명태, 꽁치, 도루묵 등 한류성 어종은 감소하였다.

또한 ‘어업생산동향조사 결과(2019)’에 의하면 연근해 어업은 대형선망어선이 전갱이류 어획에 집중하고 살오징어의 자원량 증가로 생산량이 증가했지만, 잦은 태풍 및 조업 자제 등으로 멸치, 고등어류, 갈치 등 어획량은 감소하였다.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문제로 우리 해역의 난류와 한류성 어종 분포가 변하고 불법 어업과 해양쓰레기 등이 자원량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해양경찰은 국내외 불법조업에 대한 단속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으며, 지난해 115척의 불법조업 외국 어선을 나포하고 78억의 담보금을 징수하였다.

특히 올해 4월부터 해양수산부와 합동으로 제주 인근 배타적경제수역에 중국어선에 의해 불법 설치된 대형 그물을 강제철거하였다.

철거된 그물은 범장망으로 불리며 축구장 2배 길이의 촘촘한 그물로 빠른 조류를 따라 그물로 들어간 조기, 갈치 등과 어린 물고기까지 포획하는 어구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양 어족자원 고갈에 대한 경고 목소리는 커지는 실정이다.

바닷속에서는 우리가 의도한 바는 아닐지라도 인간과 해양생물 양쪽 다 도움 되지 않는, 서로 지는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폐어구가 바닷속에 가라앉아 마치 주인 없는 덫과 같이 해양생물을 가두어 죽게 만드는 현상을 유령어업(ghost fishing)이라 하는데, 그 양이 우리나라 연간 수산물 어획량의 약 10%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작년에는 일평균 낚시어선 1700척에 1만 3192명이 바다로 나갔고, 그와 더불어 방파제나 갯바위 등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이 버린 납추나 낚싯줄, 비닐봉지 등은 사람들이 자리를 떠난 후에도 여전히 물고기를 낚고 해양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또한, 폐어구는 여객선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는데, 선박 추진기에 고무호스와 폐그물이 끼어 긴급 출동한 해경 경비함정에 의해 안전 해역으로 예인되기도 하였다.

해양경찰청은 올해 ‘깨끗한 환경의 낚시 문화 만들기’를 실시하려고 한다. 낚시 중에 발생하는 쓰레기를 되가져오는 캠페인을 추진하며 드론을 감시 단속에 활용하고 갯바위의 방치 쓰레기를 낚시 동호회와 함께 정화하는 활동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어선에서 고의로 폐어구를 투기하면 해양환경관리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되며, 낚시관리 및 육성법에 따라 낚시 중 쓰레기를 버리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폐어구로 인한 해양오염은 대부분 조업 중 발생하므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하는 어민들의 노력이 더욱더 절실하다.

낚시를 즐기는 도시 어부들은 무심코 버린 쓰레기로 인하여 더 이상 해양생물이 고통받지 않도록 세심히 살펴야 한다.

그리하면 어느새 우리 곁을 떠나갔던 해양생물들이 하나둘 다시 모습을 드러내어 ‘어(魚), 여기 있네!’ 하며 함께 기뻐할 것이다.

우리들과 해양생물 모두가 윈-윈하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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