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20. 팻 메시니 ‘From T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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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메시니 그룹(Pat Metheny Group)은 재즈 역사상 가장 빼놓을 수 없는 족적을 남긴 그룹입니다. 1977년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 팻 메시니가 주축이 된 이 그룹은 ‘재즈’라는 장르를 전혀 새로운 세계로 인도했습니다. 지금 시대 우리에게 음악의 장르적 혼합이나 한 음악에서 여러 세대의 음악이 혼재되는 것은 보편적인 일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정답이나 정해진 길을 따라 온것이 아닌, 시간의 응축과 함께 이어져 온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팻 메시니 그룹은 음악을 블렌딩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장르를 넘어서는 그 무엇에 관해 지금까지도 가장 큰 지표가 되는 음악을 선보여 왔습니다. 이들의 음악이 발표될 때마다 ‘재즈라는 음악이 이럴 수도 있구나!’라는 탄성과 함께 ‘알 수 없는 지구상의 어딘가’를 끝없이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그것은 그들의 작품 속에 여러 대륙의 음악에 대한 진지한 탐구·애정이 듬뿍 녹아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재즈라는 미국의 장르 음악을 연주하지만, 여러 민속 문화에 대한 존경이 함께 존재했고, 이러한 존경심은 이 그룹의 음악에 대한 가치와 비전의 중요한 근본 요소입니다.

이러한 비전의 한가운데는 그룹의 리더 펫 메시니가 존재합니다. 올해 발표된 그의 솔로 앨범 ‘From This Place’는 유난히 귀에 들어오는 앨범입니다. 팻 메시니의 솔로 앨범이 그동안 드물었던 것은 아닙니다. 올해 초 팻 메시니 그룹의 또 다른 리더라 칭해도 과언이 아닌 건반 연주자 라일 메이즈(Lyle Mays)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팻 메시니 그룹의 오랜 팬이자 이들의 음악과 함께 음악가의 길을 꿈꾼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 충격적인 소식이었습니다. 팻 메시니 그룹의 음악에 아름다움과 서정적 색채를 입혀 온 장본인인 라일 메이즈가 없다면 사실 다시는 ‘그 팻 메시니 그룹’의 새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이번 팻 메시니의 솔로 앨범은 최근 그의 앨범과는 결이 상당히 다릅니다. 그동안 팻 메시니의 솔로 앨범들이 새로운 국면을 맞아, 저와 같은 오랜 마니아들이 ‘팻, 당신의 그리고 당신과 함께해 온 팻 메시니 그룹의 이후 음악은 어떤 것입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듯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세상의 모든 음악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함께 할 것이에요. 삶의 시간 동안 이것들이 당신과 함께하는 영원한 여행이 되길 바라지요’라고 팻 메시니가 말하는 듯하지요.

음악은 앨범의 이미지처럼 무척이나 격정적입니다. 음악가에게 신체적인 노화는 존재하지만, 그 내면은 세월을 떠나 영원 속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아요. 격정적 연주 속에서 유려한 오케스트라 그리고 미셀 엔데게오첼로의 보컬과 가사 등이 이 앨범을 한 음악가의 삶을 보여 주는 사진처럼 다가오게 만듭니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 ‘Love May Take Awhile’에 다다르는 순간 그 큰 격정의 에너지는 하나의 감동으로 집중되고, 듣는 이에게 고요하지만 깊은 감정의 파고를 선사합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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