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미역’ 견내량 돌미역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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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을 추진 중인 통영·거제 견내량 돌미역 채취어업. 어민들은 긴 장대를 이용해 미역을 건져 올리는 전통 방식을 지금도 고수 중이다. 부산일보DB

‘1594년 3월 22일 : 몸이 여전히 불편했다. 방답, 흥양, 조방장이 보러 왔다. 견내량에서 미역 53동(1동은 마른미역 10묶음)을 따 가지고 왔다.’ 이순신 장군이 쓴 <난중일기> 중 한 대목이다.

조선 시대 경상·전라·충청 3도 수군 초대 통제사를 지낸 이순신 장군은 전란 통에도 임금과 조정이 필요로 하는 진상품은 빼놓지 않고 챙겼다. 각 진영의 특산물 중 최고만을 골라 임금께 바쳤는데 그중 하나가 통영과 거제 사이 해역인 ‘견내량’에서 채취한 돌미역이다.

통영·거제 청정해역에 덕장
‘난중일기’에도 거론된 진상품
전통적 채취 방법 지금도 고수
이달 중 지정 여부 결론날 듯

남해안에서도 손꼽히는 청정해역, 높은 햇빛 투과량과 따뜻한 수온에서 수심 10m 천연 암반에 뿌리내리고 거센 조류를 버텨 낸 견내량 돌미역은 지난 600년간 천하일품으로 인정받았다. 후세 들어 ‘왕의 미역’이란 별칭까지 얻었다.

미역 채취가 시작되는 5월이며, 견내량은 작은 어선들로 북적인다. 수로 양쪽에 자리 잡은 통영 연기마을과 거제 광리마을은 거대한 ‘미역 덕장’으로 변한다. 3.5kg들이 1단 가격이 일반 미역보다 3배 이상 높은 20만 원 남짓으로 작은 어촌 마을에 짭짤한 소득원이 된다.

지역 어민들은 지금도 대대로 이어 온 전통적인 채취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빠른 물살에 배가 떠내려가지 않게 튼튼하게 닻을 내린 후 장대를 이용해 미역을 둘둘 말아 건져 올린다.

이런 독특한 조업 방식의 보전 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통영시는 지난해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 절차에 착수했다. 국가중요어업유산은 해양경관이나 어업 생태계, 전통어업, 해양문화 등 어촌이 가진 고유의 유·무형 어업자산이 보전·계승되도록 국가가 관리·지원하는 제도다.

지정되면 어업유산지정서가 발급되고, 3년간 어업유산 복원과 계승에 필요한 정부 예산을 받는다. 이를 통한 지역 고유의 브랜드 가치 향상, 어업인 소득증대, 관광객 증가 등 지역 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로선 지정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견내량 돌미역 조업이 해양수산부가 제시한 지정기준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국가중요어업유산이 되려면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어업 활동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고, 지역민 생계유지에 도움을 주는 생산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고유한 경험·지식·기술체계를 보유한 상태로 어업유산과 관련해 전통적인 어업문화와 사회조직을 형성하고 그 문화가 미풍양속으로 보존·계승할 가치가 있으면 가능하다.

이를 토대로 제주 해녀 어업, 보성 뻘배어업, 남해 죽방렴, 신안 천일염, 완도 지주식 김 양식, 신안 갯벌낙지 맨손어업, 하동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 등이 국가 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통영시가 신청한 ‘통영·거제 견내량 돌미역 틀잇대 채취어업’은 1차 서면 평가와 2차 현장 평가를 거쳐 민관 평가위원이 상호 토론을 통해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3차 최종평가까지 마쳤다. 최종 결론은 이달 중 통보될 예정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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