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검다리] 아등바등 살았는데 더 막막한 윤희 씨
윤희 씨는 오늘도 눈을 뜨는 것이 두렵습니다. 아파트 관리비 체납 독촉 전화에 채무자들은 집으로 찾아옵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 애쓴 시간들이 허무하게 느껴지지만 앞으로 다가올 날들은 더 막막하기만 합니다.
윤희 씨에게는 올해 대학에 들어가는 아들이 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성실하게 공부해서 수도권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아빠 없이 자란 아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임신한 뒤에야 남편 정체 알아
닥치는대로 일하다 병만 얻어
경매로 집 넘어가고 빚 독촉만
윤희 씨는 20대에 결혼하고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임신 중에 사기를 당하고 남편의 과거도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이미 한번 결혼해 아이까지 있었습니다.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며 사기 뒷수습을 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기 전 이혼을 위해 연락한 남편은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고, 결국 혼자 소송 끝에 이혼 판결을 받았습니다.
닥치는 대로 여러 일을 하다 지인의 소개로 장사를 시작했지만 결핵성 뇌수막염 진단으로 7개월 동안 치료를 받으면서 어렵게 시작한 장사도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어떻게든 살기 위해 윤희 씨는 식당 임시직, 판매사원, 아르바이트 등 가리지 않고 일했습니다. 또 한 번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심장부터 콩팥까지 대동맥이 터져버린 것입니다. 대동맥 박리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위기를 넘겼고, 다행히 회복도 잘 돼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생계 곤란과 빚더미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거의 1년간 일을 하지 못하는 동안 병원비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났습니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지만 제대로 갚지 못해 빚 독촉이 시작됐습니다. 버겁고 비참한 마음에 극단적인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집을 팔아 빚을 갚으려 해도 팔리지 않고 개인회생이라도 신청하고 싶었지만 일을 할 수 없으니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그래도 터널 끝 불빛 같은 희망이 있었습니다. 긴급주거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전세 임대주택으로 이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5%의 본인 부담금도 없고, 1년 가까이 관리비가 체납돼 집을 구한다 하더라도 살림살이 하나 갖고 나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윤희 씨는 어둡고 긴 터널에 있습니다. 고비마다 아들을 보면서 버텼지만, 이제는 자신이 없다며 고개를 떨구는 윤희 씨에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