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월동’ 불법 증개축 건물 방치, 대형화재 조마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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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11시 43분 부산 서구 충무동 완월동 업소에서 불이 나 옥상 가건물 절반을 태우고 꺼졌다. 건물 내에 있던 여성 2명은 다행히 대피했다. 부산 서부경찰서 제공

성매매 집결지 업소들이 대형화재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인다. 불법 증개축된 업소에 행정당국이 과태료만 부과해 왔고, 업소는 이를 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산 서부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11시 43분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 한 업소 4층 옥상 가건물에서 불이 나 방 절반을 태우고 7분 만에 꺼졌다. 인근 주민이 빠르게 신고한 덕분에 인명피해는 없었다.

단속해도 과태료 내고 시정 안 돼
지난 12일 옥상 가건물 화재
빠른 신고로 인명 피해 없었지만
“큰일 날 뻔했다” 가슴 쓸어내려

하지만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도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고 보고 있다. 불법으로 가건물을 올린 탓에 소방 설비가 잘 되어 있지 않았고, 샌드위치 패널로 건물이 지어져 있기 때문이다.

소방 관계자는 “해당 업소의 천장과 일부 벽면이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로 되어 있었다”며 “샌드위치 패널이란 두꺼운 스티로폼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강철판을 붙인 단열재인데, 가연성이 높아 불이 나면 큰 피해로 이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완월동은 공공개발을 통한 폐쇄가 가속화되고 있어 일부 업소만 간헐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상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이 난 업소는 불법 증개축으로 지난 2018년 단속됐으나 이행강제금만 부과된 채 시정되지 않았다. 해당 업소의 건물대장에 따르면 건물 규모는 지하 1층과 지상 3층으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이 건물은 사실상 5층으로 이뤄져 있다.

통상 불법 증개축 단속에 적발되면 관련 법령에 맞게 건물을 다시 짓거나 이행강제금을 내게 되는데, 업소들은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화재에 취약한 구조를 유지해 왔다. 소방 관계자는 “해당 업소 건물대장에 올라온 사항과 실제 건물의 형태가 달라서 관할 구청에 통보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서구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부터 올해 5월까지 완월동에서 불법 증개축으로 35건이 단속됐다. 하지만 단속도 사실상 소방당국이 일 년에 1~2번 나가는 소방점검 시 발견된 불법 건축물을 구청에 통보하는 수동적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어 전수 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서구 관계자는 “구청이 업소에 무작정 들어가 불법 건축물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소방을 통해 우회적으로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는 “완월동은 화재경계지구로 지정돼 있어 연간 2차례 합동소방점검을 실시한다”며 “하지만 주로 대피로 확보나 소화기 비치 여부 등 소방법에 관련된 것을 위주로 보기 때문에 모든 불법 건축물을 단속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성매매 집결지 화재가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일은 빈번히 일어났다. 업소가 더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화재에 취약한 슬래브와 샌드위치 패널 등으로 건물을 불법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13명이 숨진 2000년 군산 대명동 성매매업소 화재 참사, 2명이 사망한 2018년 1월 서울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화재 참사는 성매매업소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 줬다.

여성단체들은 성매매 집결지의 화재 취약성은 결국 이곳에 사는 여성들의 인권과 연관되는 문제임을 지적했다. 여성인권단체 살림 측은 “더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공간을 불법으로 증개축하는 것은 결국 종사자 여성의 안전과 연관되는 문제”라며 “불법인 공간을 행정력이 강력하게 단속해야 여성들의 건강권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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