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독립성으로 포장된 객관성 훼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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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현 콘텐츠센터장

“부산은… 태평양과 동남아로 나아갈 수 있는 관문이다. (중략)대한민국의 또 다른 도약을 위해 그런 관점에서 김해신공항 재검증 문제를 포함해서 부산이 안고 있는 여러 현안사업과 숙원을 앞으로 풀어 나갈 것이다.”

지난 총선기간 이낙연 민주당 선대위원장이 부산에 내려와 한 동남권 신공항 관련 발언이다. 국무총리 시절 신공항 건설에 정치적 개입은 안 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온 그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표 달라”며 표변한 것이다.

선거 때마다 신공항 지어 주겠다
800만 부울경 시·도민 우롱의 연속

김해신공항 검증위 발표 임박
기준과 지표 관문공항 불가 가리켜

정치적 부담으로 객관성 상실 않도록
청와대·여권 핵심, 과정 챙겨야 할 시점

부산·울산·경남 시·도민이 염원하는 동남권 신공항은 늘 이런 식이었다. 선거 때만 되면 부산에 와서 해 줄 듯 말잔치를 벌여 놓고, 선거만 끝나면 객관적인 검증, 국책사업의 일관성 운운하며 뒤집어 버리니 800만 지역민 우롱도 이런 우롱이 없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검증결과 발표가 임박한 모양새다. 위원장 포함 21명의 검증위원으로 구성된 검증위원회는 검증목적과 관련, ‘김해신공항의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의 적정성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검증하기 위함’(국무총리훈령 제748호)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건에 적합한지, 아닌지를 최종 심의·의결하도록 되어 있다.

그 판단의 기초가 되는 검증항목은 잘 알려져 있다. 안전, 소음, 환경, 시설·운영·수요 4개 분야가 집중 검증대상이다. 안전과 소음, 환경에 있어 김해공항 확장안이 관문공항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공항 전문가들이 입이 아플 정도로 근거를 제시하면서 강조해 온 바 있다. 최근 검증위가 수요 분야만큼은 국토위의 입장에 무게를 싣는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 역시 어불성설이다. 국토부가 김해신공항의 예측수요를 지금의 김해공항보다도 낮게 잡고, 5개 시·도가 합의해 수용한 김해신공항 수요 약 3800만 명(2046년 기준)을 6개월 뒤 예타에서 27%, 기본계획에서 28%를 각각 축소한 것은 공항 마피아로 불리는 이들이 동남권 신공항에 반대에 얼마나 혈안이 되어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다.

여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건설 조건으로 꾸준히 제시한다는 3가지 기준이 또 있다.

바로 위법성 여부, 대구·경북의 동의, 부울경 시·도민의 적극적인 지지다.

김해신공항이 여러 법에 저촉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설 활주로 진입표면에 저촉되는 임호산, 경운산 등의 존치로 군사기지법과 공항시설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으며, 이는 착륙항공기의 충돌위험이 상존한다는 의미로 국민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또 대구·경북은 이미 통합신공항을 건설키로 하고 그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니 동남권 신공항을 반대할 명분 자체가 사라졌다. 시·도민의 적극적 지지 여부 역시 민주당 PK 당선인과 상공인, 시민단체들이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고, 입지를 두고 갈라졌던 부산, 울산, 경남 3개 지자체가 하나된 목소리를 냄으로써 마지막 갈등 요소마저 제거된 상태다.

이제 남은 것은 검증위의 객관적 결론도출 여부이다. 짐작컨대 검증위원들은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을 것이다. 역대 어느 정부도 막판 정치적 부담으로 결론내지 못한 대형 국책사업의 변경 여부를 송두리째 책임져야 하는 것인 만큼 그 부담감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검증위가 오로지 검증 기준에 따라 김해신공항이 과연 관문공항 역할을 할 수 있을지만 결론지어 주면 되는 것이다.

원칙과 약속을 중요시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에서의 오랜 생활로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정치적 수사에 능하지 못한 그가 “5석만 주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 착수”를 약속하고, 국무총리실에서의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한 정권의 핵심 국책사업이 그 정권의 통치철학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문재인 정부가 제1의 가치로 삼는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완화와도 바로 맞닿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검증위가 정치적 부담감을 떨쳐 내지 못하고 독립성으로 포장해 객관성을 잃지 않도록 청와대와 여권 핵심이 그 과정을 챙겨 보는 것이 중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모든 기준과 지표가 김해공항 확장으로는 24시간 운영가능한 안전한 동남권 관문공항 불가를 가르키는데, 검증위가 이를 회피하도록 방조한다면 문재인 정권은 옳은 것을 옳다고 말 못 한 비겁한 정권으로 남을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jhno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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